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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빛이 머무는 밤, 서라벌문화회관이 다시 걷기 좋은 이유

고풍스러운 외관 위에 얹힌 도시의 밤빛

경주의 새 야간 명소로 자리 잡다

최치선 기자
빛이 머무는 밤, 서라벌문화회관이 다시 걷기 좋은 이유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경주시가 서라벌문화회관 외벽에 야간경관조명을 새롭게 설치한 뒤, 지난 9월 열린 APEC 정상회의 기간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조명은 행사 후에도 상시 운영되며 황리단길 일대의 야간 보행 환경과 문화적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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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서라벌문화회관 전면부에 조성된 야간조명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도시의 야간 분위기를 밝히고 있다(제공=경주시)

 

경주의 밤 문화가 또 한 번 변화를 맞았다. 1977년 개관 이후 지역 생활문화의 중심이었던 서라벌문화회관이 지난여름 대대적인 야간경관 조명 개선을 마쳤고, 2025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회의 기간 동안 건물 외벽에 투사된 공식 이미지와 환영 문구는 참석단의 눈길을 끌며 ‘고도 경주’의 품격을 드러냈다.

 

문화회관 외벽에는 고보조명과 일반 투사등이 함께 설치됐다. 단순히 건물을 밝히는 수준을 넘어, 야간에도 건축물의 선과 질감을 부각하는 방식이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회관 전면부에 드리워지는 문양과 텍스트가 “낮에는 보지 못한 경주의 또 다른 얼굴”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조명 디자인은 ‘주요 건축물 경관조명 기본구상’ 용역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도시 브랜드와 사계절 이미지를 순환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계획돼 있다.

 

조명이 더해지자 분위기도 달라졌다. 황리단길에서 불과 10여 분 거리인 문화회관 일대는 밤 시간이 깊어질수록 발길이 늘기 시작했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들에게는 고분·왕릉 중심의 주간 관광 이후 머무르며 산책하기 좋은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경주시는 조명을 통해 체류 시간을 늘리면 자연스레 지역 소비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시 안전 측면에서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기존보다 조도(照度)가 적절히 높아지면서 보행로의 음영 구간이 줄었고, 실제 주민 설문에서도 ‘야간 이동이 이전보다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범죄 예방 환경 디자인(CPTED) 요소를 접목한 이번 설치는 적은 예산으로 실질적인 도시 환경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서라벌문화회관은 지역민에게는 이미 익숙한 공간이다. 무용·국악 공연부터 독립영화 상영, 문화교육까지 한 해 약 260건의 프로그램이 열리고 연간 4만 명 이상이 찾는다. 올해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관련 문화행사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활발히 진행하면서 경주의 문화 플랫폼으로 다시 spotlight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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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서라벌문화회관 외벽에 설치된 야간경관조명이 황리단길 일대 야간 경관과 함께 밝게 빛나고 있다(제공=경주시)

 

전문가들은 이번 조명 개선을 계기로 “경주가 단순한 고도(古都) 이미지를 넘어, 밤에 머물 수 있는 도시로 확장됐다”고 평가한다. 국내 지방도시 가운데 역사 문화 공간의 야간 활성화 사례는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황리단길·계림 일대의 야간 관광 증가 추세와도 맞물리면서 ‘밤 경주’의 가치가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호준 경주시 부시장은 “야간경관조명은 경주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만나는 상징 같은 시설”이라며 “앞으로도 도시의 밤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주변 문화시설과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서라벌문화회관의 조명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경주의 밤을 새롭게 디자인한 도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주간 관광에 익숙한 여행자들이 어둠이 내려앉은 경주를 다시 걷게 만드는 힘, 그 변화의 중심에 서라벌문화회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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