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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데스크칼럼] 광화문 광장에 ‘받들어총’? 민주주의의 심장에 군사적 상징을 들이대는가

민주주의의 심장에 군사적 상징을 들이대는 오세훈 시정의 위험한 공간정치 이제 그만

최치선 기자
[데스크칼럼] 광화문 광장에 ‘받들어총’? 민주주의의 심장에 군사적 상징을 들이대는가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받들어총’ 동작을 모티브로 한 참전국 기념 조형물과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시민사회와 문화계, 민주주의 연구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거세다. 그 핵심은 단순하다.

광화문 광장이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가진 공간인지 서울시가 진지하게 고민했는가. 그리고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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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사진=광화문광장 홈페이지 캡처)

 

광화문은 단순한 도시의 한가운데가 아니다. 2002년 미선·효순 촛불로 시작해 2008년 광우병 촛불, 2016년 촛불혁명 2019년 검찰개혁  촛불집회까지. 이곳은 시민이 국가 권력에 질문하고,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공동체의 윤리를 다시 세웠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광장’이다. 광화문에 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이곳은 명령이 아니라 질문이 서는 공간이며, 위계가 아니라 평등이 숨 쉬는 공간이라는 것을.


그런데 서울시는 돌기둥 22개를 ‘ㄴ’자 형태로 도열시키고, 그 디자인이 “받들어총 자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총을 높이 들고 경례하는 동작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상징은 ‘감사’보다 ‘군기’, ‘추모’보다 ‘위계’에 훨씬 가까운 언어다.


세계 어디에도 시민의 광장을 군사적 제스처로 장식해 감사의 의미를 표현하는 사례는 없다. 전쟁의 기억을 다룬 해외 기념공원은 대부분 평화·참회·위령을 중심으로 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총을 세워 놓는 방식’으로 평화를 말하고, 군사적 위계 장치를 광장의 미학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이는 표현의 문제이기 이전에 해석의 폭력이다. 광화문 광장이 가진 민주주의의 층위를 무시한 채, 군사주의적 이미지를 강제로 덧칠하는 행정의 자의성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광화문 공간의 역사적 맥락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세종대왕과 충무공 이순신이라는 상징적 조형물은 한국의 자주성과 창조성, 역동성을 담아낸다. ‘받들어총’은 그와 정반대다.

시민의 주권을 상징하는 공간에 다시금 ‘명령-복종-위계’의 기호를 들여놓는 것은, 시민광장의 의미를 축소시키는 퇴행적 시도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문도 피하기 어렵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염두에 둔 기획 아니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참전용사와 보훈 상징물은 선거 국면에서 보수 정치권이 반복적으로 활용해온 소재다. 실제로 지금 시점에 굳이 광화문 한복판에 군사적 상징물을 세워야 하는 이유는 행정적·문화적 필요보다 정치적 효과에 있어 보인다. 서울시가 “감사와 존경”을 말해도, 시민들이 느끼는 것은 정치적 메시지에 더 가깝다.


“광화문은 누구의 광장인가?”

이 질문에 대한 시민의 답은 이미 충분히 명확하다.

광화문은 국가 권력의 위엄을 드러내는 무대가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가 모이는 민주주의의 플랫폼이다.

그런 공간에 ‘총’을 도열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정치적 오만이며, 시민적 감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공간정치의 실패다.


참전국에 대한 감사는 충분히 의미 있다. 그러나 감사의 표현 방식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드러내는 조형물, 전쟁의 아픔을 성찰하는 공간, 미래 세대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가르치는 교육적 메시지.

서울시는 그 넓은 스펙트럼을 두고 굳이 광장의 민주주의와 상충하는 ‘총’을 선택했다. 그래서 많은 시민이 묻는 것이다.

“왜 하필 받들어총인가? 그 의도는 무엇인가?”


정치 지도자는 공간을 통해 메시지를 남긴다. 공간은 말보다 오래 남고, 권력보다 더 강하게 사람을 기억하게 한다. 그러므로 광화문을 다루는 일은 그 어떤 정책보다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서울시의 태도는 민주주의의 중심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지도자의 태도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특정한 정치적 기호를 광장에 영구히 각인시키려는 시도로 비칠 위험성이 크다.


광화문은 시민의 광장이다.

총이 아니라 사람을 세워야 하는 곳이고, 위계가 아니라 평등이 흐르는 자리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지켜온 광장의 의미를 훼손하는 어떤 상징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광장은 정치적 기념비를 실험하는 무대가 아니다.

그곳은 촛불이 밝혀낸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이다.


오세훈 시장은 시민의 광장을 권력의 광장으로 바꾸려는 인상을 주는 정책을 멈춰야 한다.

지금 광화문에 필요한 것은 총이 아니라, 시민이 만든 역사를 존중하는 감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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