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연애를 시작하며 연인을 알아가는 느낌과 비슷합니다.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욱 더 알고 싶은 무언가가 생기는 것 말입니다. 여행지에 대해 공부할수록 하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이 더욱 더 늘어갑니다. 인도를 여행하는 기간이 늘어갈수록 이곳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점점 늘어 갔습니다. 물론 인도 사람들과 똑같이 느낄 수는 없겠지만 그들 속에서 진짜의 인도를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만약 진짜라는 게 있긴 있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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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장하는 모습. 무언극인 카타칼리는 여자역할도 남자배우가 한다 | ||
제가 아무리 궁색한 배낭여행객이라도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 와보니 한번쯤은 우아한 관광객이 되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코친의 명물이라는 집배수로투를 예약하고 난 후, 숙소를 잡고 오후 4시에 극장으로 갔습니다. 원래 정식공연은 10시간이 넘지만, 제가 본 건 관광객들을 위해 90분으로 줄인 공연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연 1시간 전,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분장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공연시간이 그리 짧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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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악사들, 자얀단(인드라의 아들), 랄리타(아름다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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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하는 연극이라 배우들도 이젠 익숙해져 긴장도 안 될 것 같은데 그들은 전쟁에 나가기 전의 의식을 준비하듯, 비장한 얼굴표정을 하고 염료를 얼굴에 발랐습니다.
드디어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고 악마 역할을 한 배우가 빙빙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보는 사람도 카타칼리를 하는 배우도 모두 무대 위의 한 점에 모였습니다. 사람들이 무언가 열중할 때는 왠지 모를 이상한 열기가 느껴집니다. 극장 안에 오직 하나만 존재하는 거 같습니다. 90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뿌듯한 마음으로 나왔을 때 밖엔 비가 퍼붓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일정을 어찌해야 하나 한 5초쯤 생각했지만, 어떻게든 되는 게 인도여행이었으니 걱정은 접어두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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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를 타고 가다 본 수로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 | ||
오늘 투어를 함께 할 관광객들은 총 8명입니다. 영국인 커플 2쌍과 저를 포함한 한국인여자 2명, 그리고 인도인 남자 2명이었습니다. 다들 영어로 가이드와 인사를 했습니다. 물론 저도 제 일행도 인사를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중학교를 마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하이’를 누구나 할 수 없는 수십 가지 언어를 포함한 활짝 웃는 얼굴표정을 지으면서 말입니다. 이내 저와 일행을 뺀 나머지 그들은 반갑게 대화하며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단지 저희만 그들과 친구가 되지 않았다고(?) 집배수로 투어가 별로였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대충 관광객들과 안면을 익힌 후, 가이드는 수로투어와 그날 일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제가 영어를 못하는 거지 인지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이래 뵈도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가이드는 그걸 알지 못한 건지 모두에게 한 번 설명하고 유독 저에게 와 알아들었냐고 하면서 2번 더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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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까지는 열심히 가이드(왼쪽에서 두 번째)의 설명을 듣고 있는 중. | ||
- 마담, 오늘 배를 두 번 갈아 탈거야. 밥은 말이지 12시에 먹을 거고..
- 나 다 알아들었어.
- 응, 그래. 그런데 말이지 마담, 이 조개껍데기는 말이야 칼슘 성분이 들어있어.
이번엔 가이드가 화학기호를 이야기 하려나봅니다. 그래서 이번 투어에 대단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배를 타고 한 시간쯤 수로를 거슬러 올라가더니 모두를 배에서 내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두 시간 동안 어느 동네 야자나무 아래와 그 동네 한 집의 안마당에서 각종 식물과 조개껍데기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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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수로투어 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개껍질 더미, 조개껍질을 태워 재를 벽에 붙여 시원하게 만듬, 코코넛 나무 위로 올라가는 영국커플 중 남자, 코코넛 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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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8명 모두가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러다 영국인 커플이 뒤로 물러났고, 다음은 제 일행, 그 다음은 저, 다음은 인도인 남자들 순서로 뒤로 물러나 딴 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설명이 다 끝날 때 쯤엔 또 다른 영국인 커플만 가이드 옆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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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인도식 점심식사. 투어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음식이었다. | ||
투어가 다 끝날 때쯤에서야 비로소 집배수로투어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가기위해 배를 타고 수로로 가는 투어였었던 겁니다. 돈 많은 관광객처럼 가만히 앉아서 배로 수로를 거슬러 올라가거나 설명을 듣는 것 따위는 역시 제게 맞지 않습니다. 다시 궁색한 배낭여행객으로 치열한 인도인 사이에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지도를 폈습니다. 다음엔 인도의 어느 도시로 가야 할까요? 갈 곳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 이것도 설렙니다. 역시 여행이란 연애와 같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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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로탐험 배에서 | ||
수로탐험이 끝나갈 즈음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커플들은 우산이 없었고, 저와 일행이 펴는 우산을 부러운 듯 바라보더군요. 물론 한명씩 앉아있어 우산을 씌워 줄 수 없었던 거지 그들이 부러워서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세계일주배틀-'제1탄 인도를 내품에' 취재를 위해 협찬해 주신 후원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래는 후원사 명단과 로고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