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서울시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며 시민의 피로감이 깊어지고 있다. ‘혁신’과 ‘도시 경쟁력’이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사업들이, 결국 준비 부족과 행정 혼선으로 시민의 세금만 축내고 있는 셈이다. 한강버스와 남산 곤돌라 모두 공공성을 내세웠지만, 과정은 졸속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변명이 아니라, 책임지는 결단이다.
가장 논란이 큰 것은 한강버스다. 서울시는 올해 한강버스 홍보 예산으로 4억1606만 원을 집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공개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전광판 영상·포스터 제작 등에 3750만 원, 신문·잡지 등 지면 광고에 1억4355만 원, 라디오 광고에 1억2700만 원,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홍보에 1억801만 원이 각각 쓰였다.
문제는 이렇게 대대적으로 홍보한 한강버스가 정식 운항 열흘 만에 멈췄다는 점이다. 시는 방향타 고장, 전기 계통 이상 등으로 운항을 중단하고 ‘무승객 시범운항’으로 전환했다. 9월 중 운항 개시를 맞추기 위해 충분한 검증 없이 서둘러 추진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수단으로서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홍보”였다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4억 원이 넘는 혈세가 의미 없이 쓰인 셈이 됐다. 진성준 의원은 “열흘 만에 멈춘 오세훈 시장의 한강버스는 시민 안전을 외면한 보여주기식 행정의 결과”라며 “치적 과시가 시민의 안전과 세금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남산 곤돌라 사업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서울시는 남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의 공공성을 회복하겠다며 약 9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곤돌라를 추진했지만, 착공 직후 기존 케이블카 운영사와의 소송으로 공정률 15%에서 멈춰섰다. 공공이 민간의 독점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는 옳았지만, 절차와 이해관계 조정이 뒤따르지 않았다. 결국 시민 세금과 행정력만 낭비된 셈이다.
이 두 사례 모두 준비 부족과 절차 미비, 리스크 관리 부재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한강버스는 수요 예측과 안전 검증이 부족했고, 곤돌라는 이해관계 조정과 법적 리스크가 간과됐다. 시민은 “대형 프로젝트의 실패가 결국 또 다른 세금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행정 실패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오세훈 시장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했지만, 이후 근본적 시스템 개선이나 구조 개편은 뚜렷하지 않았다. 위기관리 역량이 도마에 오른 뒤에도, 서울시정은 ‘보여주기식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오세훈 시장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계속해서 시민의 신뢰를 잃는 행정을 이어가기보다, 스스로 책임지는 결단을 내릴 때다. 정치적 계산이 아닌 행정 책임의 차원에서 물러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
서울시의 미래는 새로운 사업보다, 실패를 인정하고 신뢰를 되찾는 과정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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