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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 여행] 덕유양조 이재국 대표, 덕유산 자락에서 빚은 머루와인의 향기

덕유산의 달빛을 담은 와인, 무주의 ‘1614’

체험형 양조장에서 즐기는 와인 시음과 향긋한 와인 족욕의 힐링 시간

무주 주고마을의 고요함 속, 와인 한 잔이 전하는 여유와 쉼

최치선 기자
[우리술 여행] 덕유양조 이재국 대표, 덕유산 자락에서 빚은 머루와인의 향기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무주는 오래전부터 ‘귀한 술의 고장’으로 불렸다. 덕유산 자락 안성면 공진리, 예부터 ‘주고마을’이라 불린 이곳은 관리나 귀한 손님에게 내놓을 술을 보관하던 술도가가 있던 마을이다. 지금도 그 전통은 이어진다. 다만 이제 그 술은 머루로 빚어진 와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덕유와이너리의 이재국 대표가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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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 이재국대표(사진=트래블아이)

 

안성면의 깊은 산길을 따라 들어서면, 해발 800m 고지에 자리한 머루밭이 펼쳐진다. 바람은 차고 공기는 맑다. 아침이면 덕유산의 안개가 밭 위를 감싸고, 해가 오르면 머루 잎마다 이슬이 반짝인다. 이 대표는 그 풍경을 ‘와인이 숨 쉬는 시간’이라고 부른다. 그는 30년 가까이 이 땅에서 머루를 길러왔고, 그 열매로 와인을 빚는다.

 

“머루는 덕유산의 선물이에요. 당도가 높고 산미가 살아있죠. 낮에는 볕이 강하고 밤에는 온도가 떨어지는 덕유산의 일교차가 머루를 단단하게 익혀줍니다.”

 

그의 말처럼 이곳의 머루는 유난히 진한 색과 향을 지닌다. 포도보다 발효가 까다롭지만, 그만큼 깊은 맛을 낸다. 그래서 덕유와이너리의 와인은 단순히 술이 아니라, 무주의 산과 바람, 달빛이 함께 빚은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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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와이너리에서 생산된 머루와인들(사진=트래블아이)

 

와이너리의 대표작인 ‘달1614’는 덕유산의 높이에서 이름을 따왔다. 1,614미터, 그 숫자에는 자연에 대한 경의가 담겨 있다. “달1614는 덕유산의 로맨틱한 밤을 블렌딩했다는 뜻이에요.” 이 대표는 와인을 가리켜 그렇게 말했다. 덕유산의 달빛이 머루의 당도를 감싸고, 포도의 부드러움이 밤의 정취를 완성한다. 그래서 한 모금 머금으면 묘한 청량감과 함께 은은한 단맛이 퍼진다.

 

그는 머루와 포도를 블렌딩하며 ‘한국형 와인’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머루의 야생적 향과 포도의 우아한 질감이 만나 ‘달1614’는 스위트와 드라이 두 가지로 나뉜다.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두 와인 모두 ‘산에서 내려온 달빛’ 같은 정서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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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와인시음장(사진=트래블아이)

 

덕유와이너리의 이야기는 양조장을 넘어 지역과 자연의 기억을 담는 공간이다. 이재국 대표는 ‘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무주를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무주는 머루의 고장입니다. 머루밭과 와이너리를 연결해 머루 체험, 와인 시음, 숙박까지 가능한 관광지를 만들고 싶어요.” 그의 말에는 지역을 향한 애정이 묻어난다. 실제로 덕유와이너리에서는 방문객이 머루 수확을 체험하고, 직접 만든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와이너리 내부는 ‘술고지(酒庫地)’의 의미를 살려 전통과 현대의 미학을 동시에 품고 있다. 붉은 벽돌과 나무 향이 어우러진 공간에는 오크통이 줄지어 놓여 있다. 그 사이를 걷다 보면, 수십 년간 이어온 발효의 숨결이 느껴진다. 벽면에는 ‘무주 머루와인, 덕유산의 시간’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재국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와인은 결국 시간의 예술”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덕유와이너리의 또 다른 시그니처, ‘해1614’와 ‘설1614’도 덕유산의 사계절에서 영감을 받았다. 해1614는 햇살처럼 상큼하고, 설1614는 눈 내린 겨울의 정적을 닮았다. 모든 술은 덕유산의 자연을 해석하는 또 다른 언어인 셈이다.

그는 말한다.

 

“덕유산의 해와 달, 그리고 눈이 있어서 포도가 자랄 수 있었고, 그 포도로 와인이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그 자연의 순환을 술로 기록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의 말처럼 덕유와이너리의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무주의 자연과 시간이 빚은 서사다. 머루가 열리고 달이 떠오르는 그 밤, 한 잔의 와인에는 덕유산의 달빛이 고요히 스며 있다.

 

◈무주 와인 체험 코스 – 와인시음 + 와인족욕

덕유와이너리는 와인을 단순히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직접 보고 느끼는 ‘체험형 양조장’으로 자리 잡았다. 봄과 여름에는 머루꽃이 피는 밭을 산책하며 농부의 손길을 느낄 수 있고, 가을에는 머루 수확 체험이 열린다. 손수 딴 머루로 와인을 빚는 ‘미니 양조 클래스’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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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와인족욕장(사진=트래블아이)

 

특히 이곳만의 힐링 프로그램인 ‘와인 족욕 체험’은 덕유와이너리의 또 다른 매력이다. 따뜻한 물에 머루 와인을 소량 섞어 향긋한 포도 향과 은은한 붉은 빛이 어우러지는 족욕탕에 발을 담그면,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린다. 덕유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와인의 달콤한 향이 만나면, 마치 포도밭 한가운데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즐기기 좋으며, 와인 시음 후 이어지는 족욕 체험은 ‘마시고, 맡고, 느끼는’ 오감의 여정을 완성시켜준다.

 

체험장에서는 덕유산의 능선을 바라보며 와인 시음을 즐길 수 있다. 한 잔의 와인과 함께 마을에서 생산한 치즈와 건과일이 곁들여지고, 투명한 와인잔 속에는 무주의 햇살과 공기가 녹아든다. 계절마다 ‘머루 수확 축제’와 ‘와인 피크닉’도 열린다. 방문객들은 와이너리 잔디밭에서 피크닉 매트를 펴고, 덕유산의 바람을 마주하며 한낮의 와인 한 잔을 즐긴다.

 

모든 체험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가족 단위부터 연인, 여행자 모두 참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고마을’의 고요한 분위기와 어우러진 와이너리의 풍경은 여행의 쉼표가 되어준다.

 

◈1614 시음 노트

‘달1614’ 스위트는 첫 향에서 잘 익은 머루의 풍미가 느껴진다. 입안에서는 은은한 단맛과 함께 포도의 부드러운 질감이 어우러지며, 여운에는 산속 공기를 머금은 듯한 청량함이 남는다. 디저트나 치즈, 초콜릿과 함께하면 달빛 같은 부드러움이 배가된다.

 

‘달1614’ 드라이는 보다 단단하고 균형 잡힌 인상이다. 머루의 산미와 포도의 탄닌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고기 요리나 치즈 플래터와 잘 맞는다. ‘해1614’는 햇살처럼 산뜻한 산미가, ‘설1614’는 겨울의 고요함을 닮은 섬세한 바디감이 특징이다.

잔을 기울일 때마다 덕유산의 달빛이 잔 속에서 흔들리고, 머루의 향이 코끝에 맴돈다. 무주의 밤을 닮은 그 여운은 오래도록 입안에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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