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요즘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름 중 하나가 있다. 영국 던디대학교 미술대학(DJCAD) 회화과를 졸업한 김예린(2002년생) 작가다. 그녀는 지난 8월 3년간 장학생으로 재학하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을 뿐 아니라, 졸업 작품으로 수상까지 거머쥐며 학부 최고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특히 졸업 작품 일부가 최근 영국 현지 옥션에 출품되며 해외 미술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예린의 회화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감성이 교차하는 경계 위에서 놀라울 만큼 유려한 균형을 잡는다. 유학 시절부터 이미 국내외 컬렉터들 사이에서 “한국적 감수성을 가장 세련되게 표현하는 신세대 작가”로 입소문이 돌았다. 졸업 이후 그녀는 본격적인 작가 활동에 나서며 한국 회화의 새로운 감각을 제시하고 있다.
그녀의 화면은 아크릴의 맑음 속에 유화의 깊이를 품는다. 색채의 대비는 감정의 구조를 드러내는 장치이며, 붓질 하나하나에는 숙고와 절제, 그리고 젊은 작가만의 생동감이 배어 있다.

2023년작 〈Spring Love〉는 한복을 입은 여인과 호랑이를 한 화면에 담은 작품이다. 붉은색과 청색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긴장감 속에서 ‘봄의 생동감’과 ‘사랑의 떨림’이 교차한다. 호랑이의 시선과 여인의 손끝이 맞닿는 장면은 동양적 서사와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이다. 미술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김예린의 회화적 정체성을 확립한 대표작”으로 꼽는다.
◈고요의 미학 〈Resting〉

같은 해 발표된 〈Resting〉은 작가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회색톤의 바탕 위로 얹힌 인체색은 고요하면서도 따뜻하다. 인물의 포즈는 느슨하지만, 화면 전체에 긴장이 감돈다. 아크릴 물감으로 유화의 깊이를 구현해낸 점이 인상적이다. 감정의 결을 덧칠하듯 쌓아가는 그녀의 섬세한 붓질은 감정의 여운을 시각적으로 증폭시킨다.
◈놀이로서의 예술 〈I\'m Still with You〉
2024년작 〈I\'m Still with You〉는 피카소의 명언에서 제목을 차용한 혼합재료 작품이다. 어린이의 드로잉을 모티브로 삼아 ‘예술의 본질은 놀이이자 순수함’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즉흥적인 선과 자유로운 색채의 조합은 형식의 실험과 해방감을 동시에 품는다. 비평가들은 “김예린이 보여주는 가장 현대적인 회화 감각이 응축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서정적 인상주의의 계보 〈Soft Summer Swings〉

푸른빛과 노란빛이 어우러진 〈Soft Summer Swings〉(2024)은 여름날의 공기와 바람, 빛을 포착한 서정적 회화다. 인상주의적 필치와 인간적인 따뜻함이 공존하며, 감상자에게 ‘보는 그림’이 아니라 ‘머무는 그림’을 경험하게 한다. 감정과 시간, 기억이 교차하는 화면은 그녀의 색채 감각이 얼마나 정제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상 속 서사 〈Dundee Coffee is Salty and Sweet〉

같은 해 그려진 〈Dundee Coffee is Salty and Sweet〉는 던디의 한 카페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대화하는 인물의 시선, 커피의 향기, 햇살이 만든 그림자까지 세밀하게 포착한다. 녹색과 노란색의 리듬감 있는 색조는 대화의 흐름과 감정의 교류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해외 체류 경험이 자연스레 녹아든 회화로, 서사성과 감각적 색채가 완벽히 조화된 작품이다.
◈운명을 그리다 〈Moirai〉
2025년작 〈Moirai(운명)〉는 그녀의 졸업 대표작으로, 그리스 신화 속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를 모티브로 한 대작이다. 세 여인의 누드를 통해 인간 존재의 숙명을 표현했으며,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극적으로 화면을 장악한다. 인체의 구조적 완성도와 색의 긴장감은 그녀가 학문적 훈련을 예술적 직관으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다.
◈김예린 작가의 작품-‘한국의 정체성’을 세계 언어로 번역하다
김예린의 작품은 동서양의 회화 언어가 공존한다. 그녀는 전통 소재를 낯설지 않게, 현대적 감각을 인위적이지 않게 다루는 감각을 지녔다. 색채는 서정적이면서도 힘이 있으며,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는 시선은 예민하지만 따뜻하다. 졸업 직후 작품이 국내 캐더 옥션에 출품된 사실은 이미 그녀의 가능성을 입증한다.
“김예린의 회화는 감정의 파동을 색으로 번역한다.” 한 평론가의 이 평가는 그녀의 세계를 가장 정확히 요약한다. 감정을 색으로, 현실을 서정으로 옮겨 그리는 화가 김예린. 그녀는 지금, 한국 미술의 새로운 봄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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