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거창의 하늘은 투명한 푸른빛으로 열리고 땅은 코스모스의 물결로 일렁인다. 가조온천 옆에 펼쳐진 꽃밭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그림이다. 분홍, 노랑, 하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서로의 색을 섞어내는 순간, 세상은 잠시 언어를 잃는다.
도시에서 안고 온 무거운 생각들도 이곳에서는 더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바람은 꽃잎을 스치며 흩날리고, 그 흔들림 속에 마음의 매듭도 조금씩 풀려간다. 사람은 왜 아름다움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걸까. 꽃을 바라보는 이 짧은 시간이야말로 삶의 본질을 비추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가을의 코스모스는 풍경을 넘어, 존재에 대한 묵묵한 물음을 던진다. 흔들리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그 연약함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강인함을 배운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거창 가을, 코스모스에 물드는 시간](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67d85662-5732-48f8-9dd7-db8c2914ff8c/00-legacy-cover-1274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