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충남 청양군 칠갑산 자락. 오염원이 전혀 없는 맑은 공기와 지하 200m에서 끌어올린 석간수, 그리고 햇살 머금은 청양 햅쌀이 어우러지는 이곳에 ‘아리랑주조’가 자리한다. 2009년 귀농과 함께 문 닫은 폐양조장을 인수해 새 생명을 불어넣은 이윤범 대표는 10여 년 넘게 술을 빚으며 전통주에 대한 ‘정직한 고집’을 지켜왔다. 아리랑주조와 함께 운영하는 ‘두이술공방’은 지역 특산주 면허의 틀을 넘어선 실험의 장이자, 청양을 대표하는 우리술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칠갑산 아래에 자리 잡은 양조장
이윤범 대표가 청양을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땅값이 저렴하면서도 서울에서 멀지 않아 초기 자본을 줄일 수 있었죠. 마침 문 닫은 양조장이 있었고, 그곳을 손수 닦아 지금의 아리랑주조를 만들었습니다.”
그가 첫 삽을 뜬 지 어느덧 15년. 지금은 발효실부터 살균실, 포장실까지 최신 설비를 갖춘 양조장이 되었지만, 근간은 언제나 전통 방식이다. 그는 “좋은 재료만 담아내는 것이 제일 기본”이라 말하며, 청양 햅쌀과 지하 석간수를 바탕으로 술을 빚는다.
◈아리랑주조...깊이와 전통의 술
아리랑주조는 전통의 맛을 현대적으로 되살린다. 대표 제품은 겨울소주와 구기홍주.
겨울소주 25도는 순수한 발효 원주를 감압 증류해 잡내와 쓴맛을 제거한 뒤, 180일간 저온 숙성을 거쳐 완성된다. 목넘김은 부드럽고 은은한 쌀 향이 입안 가득 번지며,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프리미엄 소주다. 쌀의 담백한 여운이 오래 남아 식사와 곁들이기에도 훌륭하다.
겨울소주 45도는 같은 방식으로 증류한 술을 더 진하게 숙성시킨 제품이다. 180일 숙성을 거쳐 농축된 풍미는 강한 알코올감과 함께 진한 곡향,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목넘김은 묵직하지만, 그 뒤에 찾아오는 고소함과 따뜻한 열감이 고급 위스키를 연상케 한다. “겨울이 두 번은 지나야 비로소 완성되는 술”이라는 이름처럼, 시간이 깃든 정성의 술이다.
구기홍주는 청양 특산 구기자와 맥문동을 더한 약주풍 전통주다. 붉은 빛을 띠며 은은한 약재 향과 달콤 쌉싸래한 풍미가 어우러져, 마시는 순간 건강주로서의 매력이 살아난다.
이윤범 대표는 “소비자가 언젠가 알아줄 거라는 믿음으로 정직하게 빚는다”고 말한다.
아리랑주조 옆에는 또 하나의 이름, 두이술공방이 있다. 지역 특산주 면허 규정 때문에 만들어진 또 다른 브랜드이지만, 이곳은 실험 정신의 산실이다.
대표 제품인 술공방 9.0 생막걸리는 물을 최소화해 한 달 이상 발효·숙성시킨 프리미엄 막걸리다. 바닐라와 요거트를 연상케 하는 은은한 향, 묵직한 바디감과 산뜻한 산미가 특징이다. 단맛보다는 쌀 본연의 고소함을 강조한 이 술은 2019년과 2020년 연속 ‘충남술 톱10’에 선정되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또 하나의 증류주 겨울지나(35%)는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프리미엄 소주다. 도수는 높지만 오크 숙성에서 비롯된 달콤한 바닐라 향과 캐러멜 톤이 어우러져 부드럽게 넘어간다. 이름 그대로 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듯한 깊은 향과 여운을 선사한다.
두이술공방의 제품들은 아리랑주조의 전통적인 술과 달리, 새로운 발효법과 숙성법을 적용하며 소비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안겨준다.
이윤범 대표가 술을 빚으며 가장 중시하는 것은 ‘정직함’이다. 인공 감미료 대신 쌀 본연의 단맛을 살리고, 청양 땅에서 난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지역 햅쌀, 구기자, 맥문동 같은 재료는 단순한 원료를 넘어 술에 지역의 정체성을 불어넣는다.
그는 “양조업은 끝없는 공부”라며 “소비자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술을 만드는 것이 사명”이라고 말한다.
◈여행자가 만나는 우리술의 풍경
아리랑주조와 두이술공방은 지역 농업과 전통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청양을 여행하는 길에 양조장 투어와 시음을 더한다면 술 한 잔에 담긴 청양의 풍경과 땅의 이야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칠갑산 등반이나 장곡사 탐방, 청양고추박물관과 함께 여정을 짜면 술과 자연, 인문학이 어우러진 여행이 된다.
양조장을 나서며 이윤범 대표는 담담히 말했다.
“정직하게 빚은 술은 언젠가 소비자가 알아줄 거라 믿습니다. 술은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지역의 얼굴이고, 제 인생의 천직이기도 합니다.”
청양의 햇살과 바람, 지하수,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빚어낸 술 한 잔. 그 안에는 칠갑산의 시간과 농부의 땀, 양조인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모금 머금는 순간, 청양의 숨결이 혀끝에서 피어난다.


![[우리술 여행] 아리랑주조 이윤범 대표, 청양 칠갑산 자락에서 빚는 정직한 술](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12b3694a-511d-4c4a-a38e-de0c49b504c0/00-legacy-cover-1274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