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빛나는 것들
고운 최치선
이른 아침,
이슬 위로 안개가 내려앉는다.
햇빛은 유적의 돌 틈에서 오래된 부호처럼 번쩍인다.
나의 시선은 그 끈을 따라
사라진 발자국을 더듬는다.
폭염 속,
심장이 작은 두드림으로 남아
들꽃 한 송이처럼 숨을 고른다.
말없이 반쯤 빛나는 별을 보며
나는 언어 대신 손끝으로
기억의 재봉을 한다.
안부를 묻지 못한 날들이 길게 늘어져
바람에 흔들리는 빨랫줄처럼
끊어질 듯 이어진다.
당신이 남긴 흔적 위로
햇빛이 천천히 덮인다.
여름 폭염 속,
나는 아직 그 부호를 해독하지 못했다.
그때의 두드림,
그리고 당신의 눈물은
심장 속 깊숙히 갇혀
반쯤은 희고,
반쯤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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