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시애틀에서 대한항공을 이용해 한국으로 들어오려던 크리스탈 김은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대한항공 측이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은 크리스탈 김(62, 본명 박희숙)의 안색이 좋지 않다며 탑승을 시켜 주지 않았기때문이었다. 미국의 현지의사로부터 2차례에 걸쳐 비행해도 문제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대한항공은 주관적인 판단으로 크리스탈 김의 탑승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하지만 13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크리스탈 김은 장시간의 여행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친 모습이 아니었다. 마중을 나온 여동생과 따뜻하게 포옹했고, 꽃다발을 받은 후 환하게 웃었다. 휠체어만 탔을 뿐 그의 얼굴 어디에서도 힘들거나 병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루가 꼬박 걸렸지만 분홍색 모자와 재킷, 바지를 입은 그의 표정은 밝았다. 병 때문에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취재진의 인터뷰에도 씩씩한 모습으로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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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있는 서비스 안내 페이지. | ||
대한항공은 왜 크리스탈 김의 탑승을 거부한 것일까? 10여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려던 크리스탈 김을 건강상 이유로 거부한 대한항공의 행위는 상식선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한항공 측은 건강이 좋지 않은 탑승객에 대한 규정에 따른 조치였으며 호텔을 알선하고 후속 조치를 밟고 있는 과정에서 보도가 됐다고 주장하지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크리스탈 김의 말대로 대한항공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스스로 적어 놓은 서비스규정도 어겼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기때문이다.
대한항공 홈페이지(http://kr.koreanair.com)에 있는 서비스 항목을 보면 '전담 직원이 탑승수속 카운터부터 항공기 탑승구 또는 좌석 착석 시까지 이동을 도와 드리며, 도착 시에도 마중 나오신 분이 계신 곳까지 편리하게 모십니다'고 안내되어 있다.
크리스탈 김은 '대한항공은 자신의 탑승을 거부한 이후에도 전화를 하거나 후속조치를 전혀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언론에 보도된 대한항공의 협상중이라는 말과는 상반된 주장이다.
대한항공은 왜 처음부터 일관되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누가봐도 크리스탈 김의 건강상태가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생각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미국의 주치의와 델타항공 측은 크리스탈 김의 비행을 허가했고 딸까지 동반했는데도 대한민국의 국적기인 대한항공은 자체 서비스 규정조차 무시한체 탑승을 거부했다. ‘2011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항공사부문 4년 연속 수상을 한 대한항공의 실체가 드러난 순간이다. 한마디로 교언영색 [巧言令色] 과 표리부동 [表裏不同] 의 전형적인 기업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대한항공의 포장하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한항공의 웹사이트에 당당히 적어놓은 회사소개 '비전과 미션'을 보면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미션 최상의 운영체제 : 고객 감동과 가치 창출, 변화지향적 기업문화>
위 미션대로 대한항공은 고객감동을 실천하기 위해 탑승을 거부한 것일까? 암이 전염병도 아닌데 크리스탈 김의 탑승을 거부한 것은 한마디로 인격모독이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은 부도덕한 행위이다.
백번 양보해서 대한항공이 탑승 후 우려했던 상황이 일어났다해도 환자를 도착시까지 안전하게 돌봐야 하는 게 진정한 서비스가 아닐까?
맛있는 기내식을 주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승무원이 웃음으로 고객에게 응대하는 것만이 서비스의 본질일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정한 서비스란 정상적인 상태에서 보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빛이 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탈 김의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대한항공을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특히, 외국인들은 대한민국 국적기가 한국인의 탑승을 거부한 상황을 얼마 전 신라호텔이 한복을 입은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 씨의 출입을 막은 것과 똑같이 볼까 우려된다.
신라호텔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옷으로 한복을 규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한항공이 암환자의 탑승을 거부한 것은 혹시 다른 승객들이 불편해 할까봐 그런 것은 아닐까?
대한항공과 신라호텔의 잇따른 나라망신은 해외언론에도 소개될 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게 신라호텔과 대한항공이 고객을 왕이 아닌 불청객으로 대접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대한’이나 ‘신라’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으면 덜 망신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앞으로 계속해서 이 같은 일들이 발생한다면 ‘대한’이나 ‘신라’의 고유명사를 공유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대한항공과 소위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기업들은 대한민국과 국민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없도록 책임감 있는 행동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은 크리스탈 김과 가족들이 입은 피해(일주일동안 지연된 시간적 피해와 탑승거부로 인한 정신적 모멸감 등)에 대해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런 사후조치가 없다면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양심마저 팽개쳐버리고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아르파공(몰리에르의 수전노에 나오는 주인공)과 다를 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