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머물다 흩어지는 시간
고운 최치선
순대국에 소주 한 잔 비우고
아무도 앉지 않은 앞자리를 오래 바라본다
거칠었던 입담도
식어버린 마음 데워주던
낯선 얼굴 하나를 기억한다
잊혀진 영화 속 장면처럼
그 얼굴은 내 가난한 주머니에
풍성한 노래를 넣어주었다
사랑은 무수한 화해의 밤을 남긴다던 말
그 말이 아직도 내 안에 있다
다시 소주 한 잔 비우고
빈 자리를 쓰다듬는다
차가운 냉기가 번지는 곳에
이별의 말이 착시처럼 앉아 있다
눈동자는 굳어
아픔조차 닿지 못하고
시선은 머물다 흩어진다
보고, 듣고, 만질 수 없는 것들이
자꾸 허기처럼 밀려온다
차라리 아픔이 모든 세포를 깨워
이 순간 나를 눕힌다면
나는 편히 잠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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