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금산군의 대표 행사인 금산세계인삼축제가 또다시 ‘예산 낭비’ 논란에 휘말렸다. 겉으로는 방문객 100만 명, 해외 MOU 체결 등 성과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짧은 행사에 수천만 원을 퍼붓는 보여주기식 홍보와 군민·농민 소외라는 비판이 거세다.
금산군은 지난해 서울의 한 고급 호텔에서 대사 부인 30여 명을 초청해 인삼 홍보 행사를 열었다. 대전MBC 보도에 따르면, 불과 3시간 남짓 진행된 이 행사에 들어간 예산은 약 5천만 원에 달했다. 호텔 대관과 용역비로 3천만 원대, 30분 피아노 공연에만 800만 원이 책정됐으며, 인삼 요리 시연과 오찬, 명예홍보대사 위촉 등이 포함됐다. 축제 전체 홍보예산(약 2억9천만 원)의 20%가 단일 이벤트에 쓰인 셈이다.
그러나 성과는 초라했다. 당초 계획됐던 대사 부인 인터뷰는 진행되지 않았고, SNS 홍보 이행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축제 이후 홍보 자료 제공이나 후속 조치도 없었다. 올해 다시 방문 의사를 밝힌 이는 튀르키예 대사 부인 1명뿐이었다. 금산군 관계자는 “성과를 내기란 사실상 어렵다. 금산에 이런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과”라며 사실상 무용론을 인정했다.
홍보 실패는 이뿐만이 아니다. 외신 기자 11명을 초청하는 데 700만 원을 투입했지만 실제 기사화된 보도는 3건에 불과했다. 예산 대비 효과가 미미한데도 군은 계속해서 외형적 성과에 집착하고 있다. 예산감시전국네트워크는 “목적 대비 효과가 불분명하다면 후속조치까지 철저히 계획하고 이행했어야 했다”며 날을 세웠다.
지역 축제 본연의 기능마저 퇴색되고 있다. 금산인삼축제는 방문객 수와 외형적 지표를 강조하며 ‘성공 축제’를 자찬하지만, 정작 농민과 군민은 소외되고 있다. 축제장 내 농민 직거래 부스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대부분이 단체 중심 운영이었다. 소비자들이 믿고 사는 ‘금산 인삼’의 가치를 체감하기 어려운 구조다.
방문객 불편도 반복된다. 주차장은 크게 줄어 축제장을 찾은 이들이 3~4번을 빙빙 돌다 “앞으로 다시 오지 않겠다”는 불만을 터뜨렸다. 매년 수억 원을 들여 설치하는 임시 천막은 비가림 시설을 일부 고정화하자는 지적에도 개선이 없다. 군민과 농민이 축제의 주체라는 원칙은 사라지고, 군수와 특정 단체의 무대만 남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 큰 문제는 ‘보여주기식 쇼’가 체질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여성 모델과 군수가 나란히 선 장면, 화려한 무대와 조명은 언론 보도용 장치에 불과하다. 군민이 즐기고 농민이 이익을 얻어야 할 축제에서, 주민은 뒷전이고 행사 주체의 이미지 메이킹만 남았다.
전문가들은 금산인삼축제가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매년 반복되는 낭비성 지출 대신 상설 인프라를 구축하고, 농민 중심 직거래 장터를 확대하며, 지역 문화와 민속을 살린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 참여와 주인의식이 없이는 축제가 성장할 수 없다.
금산인삼축제는 세계적 인삼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군수님 쇼’와 외형적 실적에만 치중한다면, 신뢰는커녕 군민과 관광객의 피로감만 키울 뿐이다. 화려한 퍼포먼스보다 중요한 것은 군민과 농민이 웃는 축제다. 혈세를 낭비하는 ‘잔치’에서 벗어나, 본질에 충실한 ‘지속 가능한 축제’로 전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