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충북 음성군 음성읍, 가섭산 기슭. 공기가 맑고 물이 좋은 이곳에 자리한 음성양조장은 올해로 80주년을 맞았다. 1943년 설립 이래 ‘옹기막걸리’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자부심을 이어온 이곳은 단순한 양조장이 아니라 한국 전통주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산실이다.
그 중심에는 평생을 술 빚기에 바쳐온 이지재 대표(72)가 있다. 열여덟 살이던 시절, 아버지를 따라 처음 술을 담근 뒤 13명의 주주와 함께 양조장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홀로 대표로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저는 막걸리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한 잔 한 잔에 제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요.” 이 대표의 목소리에는 전통의 맛을 지켜온 자부심과 세월의 무게가 배어 있었다
.
“술은 결국 물이 좌우합니다”– 대표님, 음성막걸리가 80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술은 결국 물이 좌우한다는 것이지요. 저희 양조장은 수차례 공사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지하 암반수를 찾아 옮겨왔습니다. 술은 곧 물이라는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물이 맑아야 맛이 변치 않습니다. 지금도 저희 막걸리가 80년 전의 맛 그대로 남아 있는 이유입니다.”
이지재 대표의 말은 단호했다. 그는 술맛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하에서 끌어올린 암반수는 식약처 검증까지 마쳤다. 이 물에 국내산 쌀과 누룩을 더해 옹기독에서 발효시키는 전통 방식은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았다.
옹기가 숨 쉬는 막걸리, 다섯 가지 맛의 조화
음성양조장의 대표 제품은 크게 밀막걸리, 생막걸리, 쌀막걸리 세 가지다.
밀막걸리는 다섯 가지 맛(단맛, 쓴맛, 신맛, 떫은맛, 청량감)이 조화를 이룬다. 생막걸리는 6도의 도수와 청량한 탄산감이 특징이며, 옹기에서 살아 숨 쉬는 발효가 주는 깊은 맛을 자랑한다. 쌀막걸리는 감칠맛과 부드러움이 뛰어나 ‘뒤끝 없는 술’로 손꼽힌다.
– 대표님, 옹기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옹기는 숨을 쉽니다. 발효가 자연스럽게 이뤄져 술맛이 부드럽고 뒤끝이 없지요. 기계화된 양조 시설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맛입니다.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술에 정성이 담깁니다.”
18세 소녀에서 70대 장인까지, 술과 함께한 평생
– 대표님께 술 빚기는 어떤 의미입니까?
“제 인생 전부입니다. 아버지 곁에서 술을 담그던 열여덟 살 소녀가 어느새 칠십을 넘겼습니다. 지금도 양조장에 있으면 가장 편하고 좋습니다.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저는 술 빚기를 멈추지 않을 겁니다.”
이지재 대표의 눈빛은 여전히 초심을 지키는 장인의 그것이었다. 그에게 양조장은 단순한 생업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며, 세월을 관통하는 자부심 그 자체였다.
획일화된 막걸리 속에서 ‘추억의 맛’을 지켜내다
오늘날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쉽게 만나는 막걸리와 음성막걸리는 결이 다르다. 대량생산 체계 속에서 획일화된 술맛이 일반화된 시대, 음성양조장은 옹기와 수작업, 그리고 암반수를 고집하며 ‘추억의 맛’을 이어오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잔칫상에 빠질 수 없는 단골 술이며, 외지 관광객들에게는 ‘한 번 맛보면 다시 찾게 되는 술집 같은 막걸리’로 입소문이 났다.
이지재 대표는 옹기에서 발효되는 전통 방식의 술맛이야말로 음성양조장이 지켜온 정체성이자 자부심이라고 덧붙였다.
“옹기는 숨을 쉽니다. 그 덕에 술이 살아 있고, 뒤끝이 없지요. 기계식 설비로는 절대 낼 수 없는 맛입니다. 손이 많이 가지만 술에 정성을 담아내는 과정이 바로 우리 양조장의 힘입니다.”
우리 술의 미래를 위해
이지재 대표는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술은 단순히 마시는 게 아니라 전통을 잇는 문화입니다. 젊은 세대도 막걸리를 통해 한국의 멋과 정취를 느끼길 바랍니다. 음성양조장은 앞으로도 그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음성양조장의 80년은 단순히 오래된 시간이 아니라, 한 장인의 땀과 신념이 지켜낸 한국 전통주의 역사다. 옹기에서 살아 숨 쉬는 발효, 지하 암반수의 순수함, 그리고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난 술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세월의 이야기’다. 오늘날의 여행자가 음성에 들러 그 술을 마시는 순간, 비로소 전통이 현재와 만나는 깊은 울림을 체험하게 된다.

![[우리술 여행] 음성양조장 이지재 대표...옹기 속에서 피어난 80년 전통주 향기](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df129e9c-168e-477f-971f-9c5457f7dff4/00-legacy-cover-1257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