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서울의 심장은 한강이고, 경기는 그 심장을 감싸는 울타리였다. 그러나 행정구역이 달라지면서 과거 경기 땅이던 지역들이 서울로 편입되었고, 그 이름과 기억은 점차 희미해졌다. 최철호 소장의 신간 『한강물길 따라 걷는 경기옛길』은 바로 이 숨은 경계를 되짚으며, 강과 마을, 섬과 나루에 남은 흔적을 따라 역사적 경기의 길을 복원하는 여정을 담아낸다.
책은 양평 양근에서 시작해 남양주 두물머리로 이어진다. 이어 광주의 남한산성과 성남의 옛길, 하남의 강변마을을 차례로 지난다. 노량진 배다리에서는 정조의 원행길을 따라가고, 백사주이십리라 불렸던 여의도와 겸재 정선이 화폭에 담은 양천의 풍경도 만난다. 안양천의 포구와 영등포의 기억, 행주산성에 울려 퍼진 권율 장군의 함성, 고양의 왕릉과 임진강 전투의 현장, 파주 장단의 끊긴 철길, 그리고 강화·김포·교동도의 바닷길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3년에 걸쳐 발로 걸으며 기록을 남겼다.
이 여정은 오늘날의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현재는 서울에 속하지만 본래는 경기 땅이었던 양천, 금천, 송파, 강동, 노량진 같은 지역까지 포함하여, 공식 경기옛길이 아닌 역사 속 경기옛길을 따라간다. 강은 언제나 경계가 아니라 연결의 길이었고, 그 물길을 따라 삶이 모여들며 마을과 시장, 나루와 장터가 생겨났다. 저자는 그 흔적을 좇아 지워진 이름과 풍경을 되살리고, 오늘의 독자가 서 있는 땅이 과거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다시 보여준다.
책 속에는 정약용이 바라본 노들섬 배다리, 겸재 정선의 붓끝이 머문 양화진과 선유봉, 정조가 행차하던 시흥과 과천, 병자호란의 아픔을 간직한 남한산성, 임진왜란의 행주대첩과 임진강 전투, 강화와 교동도의 바다로 이어지는 길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살아 있다. 인물과 사건, 풍경이 어우러진 강의 무대 위에서 독자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한강물길 따라 걷는 경기옛길』은 학술서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 역사기행서다. 지도에서 사라진 이름, 개발과 전쟁 속에서 지워진 마을, 그리고 행정 경계 너머에 존재했던 경기의 옛길을 다시 불러내며 강이 품어온 600년의 시간을 생생히 전한다. 저자가 직접 보고 걷고 기록한 이야기들은 오늘의 걷는 순간을 과거와 연결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걸으며 지우고 덧붙여진 경계선을 다시 걷는 이 책은, 한강이라는 연결의 길 위에서 잊힌 기억들을 복원한다. 흐르는 물길 따라 걷다 보면, 우리가 밟는 이 땅의 이름과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과거와 마주한 새로운 여행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 저자 소개 │ 최철호 >
최철호 소장은 한양도성 전문가이자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서울과 경기의 성곽과 도성, 옛길을 오랫동안 연구하며 강의와 답사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왔다. 그리고 현장을 직접 걸으며 역사의 흔적을 기록하고, 이를 대중에게 전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도상경영』 등이 있으며, 현재 경인일보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또한 서울용산학연구센터 이사, 양천문화재단 수석비상임이사로 참여하며 연구와 집필, 강연을 통해 도시와 사람의 역사를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