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여성은 판소리를 부를 수 없었던 조선시대에, 단호한 도전으로 소리의 길을 연 인물—한국 최초의 여류 판소리 명창 진채선을 기리는 제5회 진채선의 날 기념식이 9월 1일 전북 고창군 심원면 생가터에서 열린다. 고창군이 주최하고 진채선 기념사업회와 선양회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전통예술의 문을 연 진채선의 삶을 기리고, 지역문화의 자긍심을 되새길 뜻깊은 자리다.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 30분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기념식과 추모, 축하공연이 이어진다. 첫 번째 행사로 명창 모보경이 제1회 ‘진채선상’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전통의 가치를 이어가는 모범적 예술인으로서 의미를 전할 예정이다.
이어 채수정 명창이 판소리 ‘흥보가’ 중 ‘음식차리는 대목’을 비조채선 공연단과 함께 선보이며, 진채선의 예술적 정신을 오늘날 소리로 되살린다. 이 무대를 통해 전통의 계보 속에서 명창으로서의 혼을 이어내는 순간이 펼쳐질 것이다.
한편, 기념식 전에는 ‘진채선 선양 발전방향 및 생가조사 용역’의 중간 결과가 공유됐다. 이 연구는 진채선의 삶과 업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문화유산적 가치로 정립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는 고창군에 새로 조성된 한옥 생활체험관 내 ‘소리재’도 함께 개소했다. 이곳은 진채선의 예술세계를 보존·전승하는 중심 공간으로, 동리문화사업회와 선양회의 사무공간으로 활용되며 향후 연구와 교육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진채선은 동리 신재효의 제자로서, 1867년 경복궁 경회루 낙성연에서 성조가와 방아타령을 부르며 남성 중심판소리에 균열을 낸 최초의 여류 소리꾼이다. 그녀의 등장은 판소리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루었으며, 이후 여류 명창들의 등용문이 되었다는 점에서 문화적 의의가 크다.
오늘날 ‘소리의 고장’ 고창에서 진채선의 기념식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지키고 전승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진채선은 고창이 낳은 전통의 목소리이자 국악의 담대한 지평을 연 선구자”라던 라남근 선양회 회장의 말처럼, 기념식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문화적 계승의 장이다. 고창 생가터에서 울려 퍼질 소리의 향연은 전통과 오늘을 잇는 감성의 다리가 될 것이며, 고창이 ‘소리의 고장’으로 더욱 선명히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