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포도밭 사이, 은은한 산미 향이 감도는 공간. 전국 누룩을 찾아다니며 직접 빚은 술로 전통주의 경계를 확장하는 화성양조장(마스브루어리)의 김기명 대표가 있다. 그의 술에는 ‘의도된 신맛’이 담겨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제품 ‘루나(Luna)’가 상품화에 성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김기명 대표는 “달고 짠 우리 음식에는 신맛이 더 잘 어울린다. 술이 음식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신념으로 그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누룩을 찾아 직접 배우고 만들어왔다. 밀누룩, 향온곡 등 네 가지 누룩을 계절별로 비율을 달리 조합한 뒤, ‘수곡(숙성 누룩)’으로 효소와 효모만 추출해 사용하는 방식은 누룩 고유의 맛에 지배되지 않고 다층적인 산미를 구현하는 비법이다. 또한 찹쌀술 세 종류와 멥쌀술 두 종류를 혼합해 양조장만의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이러한 혼합 비율이 술 맛의 일관성을 높이는 핵심이다.
그의 대표작인 ‘로제’는 송산면 특산 캠벨얼리 포도로 빚은 장기발효주다. 포도를 열처리해 즙을 내고, 멥쌀술과 찹쌀술을 따로 빚어 90~120일 숙성 후 결합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갈변을 막아 색과 맛을 유지하는 섬세한 공정을 통해 로제빛의 막걸리를 만들어냈다. ‘사워’는 청수 포도를 사용해 산미를 극대화한 술로 이름 그대로 신맛이 살아 있다. ‘제로’는 쌀·누룩·물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 순곡주로, 정직한 철학이 담긴 브랜드다. 이름처럼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고, 한국어 두 글자·영문 네 글자의 규칙을 고수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최근 상품화에 성공한 신제품 ‘루나(Luna)’가 더해졌다. 한국식 포도 술로 소개된 루나는 전통 방식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며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루나는 포도 본연의 풍미와 장기 발효의 깊이를 담아낸 술로, 앞으로 화성양조장의 새로운 대표 브랜드로 키워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의도된 신맛’을 증명하기 위해 양조장 내에 ‘주방장 특선’ 페어링 주점을 운영한다. 제철 음식과 산미 있는 술이 만나 입안에서 새로운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차별화된 경험은 해외 수출 성과로도 이어졌다. 실제로 싱가포르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 꾸준히 술을 내보내며, 한국 전통주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양조장 옆에 마련된 카페와 연구실 공간은 모두 디자인을 전공한 아내의 손길로 탄생했다. 깔끔한 미니멀리즘과 은은한 조명, 자연 소재의 가구들이 어우러져 감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SNS에서 빛나는 포토존처럼 꾸며진 이곳은 주말마다 전국에서 MZ 세대가 찾아와 인증샷을 남기는 명소가 되었고, 술을 맛보는 공간이자 문화적인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향료 한 방울로 포도 막걸리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지만, 우리는 진짜 포도와 누룩을 써야 한다. 술 한 잔에 전통의 시간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
김 대표의 말처럼 그의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장인의 실험과 철학이 담긴 결과물이다. “발효 온도와 시간, 누룩 비율을 바꾸고 다시 실험하면서 어떤 맛이 가장 우리 음식과 어울릴지 고민했다”는 그의 고백은 집요한 노력의 증거이기도 하다.
전통을 따르면서도 현대 감성을 품은 화성양조장은 산미 중심의 철학으로 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루나’라는 신제품과 젊은 세대를 사로잡는 감각적인 공간이 더해져, 이제 화성양조장은 한 잔의 술이 전통과 현대, 그리고 미학을 이어주는 특별한 여행지가 되고 있다.
김기명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우리 술이 K-문화와 한류의 큰 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며 “전통 누룩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개발해 언젠가는 우리 술을 달나라까지 가져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집념과 비전은 화성양조장이 단순한 양조장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한국 전통주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우리술 여행] 산미로 그린 전통주의 새로운 풍경...김기명 대표의 화성양조장 이야기](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1316dfa6-5976-4e1c-ade7-4250c905e591/00-legacy-cover-1242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