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문소지 기자] 청계천의 굽이진 골목과 삶의 온기를 남긴 이가 있다. 일본인 목사 고(故) 노무라 모토유키(1931-2025). 서울역사박물관 청계천박물관이 그가 남긴 197080년대 청계천 판자촌 기록을 본격적으로 정리하고, 오는 2026년 1주기를 맞아 추모 특별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산업화 시대의 그림자 속에서도 희망을 기록하고자 했던 그의 시선이 다시 조명된다.
서울역사박물관 분관 청계천박물관은 일본인 목사 고(故) 노무라 모토유키가 2006년 기증한 청계천 판자촌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아카이빙하는 기록화 사업에 착수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2026년 1주기를 맞는 노무라 목사의 삶과 철학을 기리기 위한 기초 작업이자, 서울 근현대사의 중요한 기록물 복원 프로젝트다.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는 1970~80년대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빈민 구호 활동을 펼치며 판자촌 주민들의 삶을 직접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청계천 복원사업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보관하던 사진과 기록들을 서울에 기증하고자 했고, 청계천박물관은 그의 일본 자택을 직접 방문해 자료를 수증했다.
기증된 자료는 도시재개발과 산업화의 물결에 밀려 점차 사라졌던 청계천 판자촌 주민들의 일상, 어린이들의 웃음, 좁은 골목의 풍경, 판잣집 너머 서울 하늘 등 당시의 생생한 풍경을 담고 있다. 그의 사진은 단순한 다큐멘터리 기록을 넘어, 시대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있어 큰 감동을 준다.
청계천박물관은 2006년 기증 직후 《노무라 할아버지의 청계천 이야기》라는 제목의 사진전을 개최해 시민들과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공유했다. 이후 2007년에는 미공개 사진을 포함한 동명의 사진집도 발간해 호평을 받았다. ‘할아버지’라는 친근한 별명은 그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를 보여준다.
박물관은 2026년부터 3개년 계획으로 기록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자료의 전문적인 해제와 번역 작업을 통해 노무라 컬렉션의 학술적 가치를 높이고, 이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해 시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는 도시민속, 빈곤사, 도시재생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26년 7월, 노무라 목사의 1주기를 맞아 추모 특별전 ‘청계천의 별이 된 노무라 모토유키(가제)’도 열릴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기존에 소개되지 않았던 사진과 그가 남긴 편지, 활동 일지 등도 함께 전시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재조명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노무라 목사는 사진 한 장 한 장에 청계천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며 그들을 존중하고 연대했던 분”이라며 “그의 기증은 청계천 역사와 서울의 민중사를 후대에 전하는 소중한 다리”라고 말했다.
현재 노무라 목사의 기증 자료는 청계천박물관 누리집에서 일부 열람이 가능하며, 향후 디지털 기록화가 완료되면 일반 시민이 보다 쉽고 폭넓게 접근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 외국인의 작은 카메라 렌즈는 서울의 골목에서 피어난 사람들의 삶을 오롯이 담아냈다. 청계천을 지켜본 일본인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의 시선은, 단절되고 잊힌 기억을 되살리는 위대한 기록으로 남는다. 이제 서울은 그를 통해 과거를 더 깊이 이해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