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여기 있는 조각들은 전부 보령 오석으로 만든 거예요. 햇빛이 비치면 검은 돌이 반짝이고, 비가 오면 은은한 회색으로 빛나는 게 특징이죠.”
개화예술공원의 중심, 야외조각공원 앞에서 임보영 부대표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보령시 성주면의 황무지였던 이 땅에 ‘문화유산을 남기겠다’는 아버지 임항렬 대표의 철학으로 예술이 자라났고, 지금은 그의 딸이 그 뜻을 함께 이어간다. 그렇게 나는 반나절 동안, 예술과 자연,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 거대한 정원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입구를 지나자 먼저 허브향이 가득한 ‘허브랜드’가 방문객을 맞는다. 실내온실 속에는 다양한 관엽식물과 민물고기, 그리고 여름의 활기를 머금은 라벤더와 로즈마리가 정성스레 자라고 있었다. “여긴 아이들 자연학습장으로도 인기예요. 직접 만지고 체험하는 활동도 많고요.” 허브비누 만들기 체험장을 지나니 허브꽃밥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이어진 동선은 모산조형미술관. 2003년 처음 문을 연 이곳은 국내 최초의 오석 미술관으로, 중국·조선 시대의 고시비부터 현대 미술작품까지 400여 점의 시비와 300여 점의 조각이 공원 전역에 자리한다. “보령 오석은 산성비에도 강하고 오래 보존돼요. 그래서 이 조각들 대부분이 이 오석으로 만들어졌죠.” 임 부대표는 석비를 하나하나 설명해주며, 작품들이 배치된 의미와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예술공원이라는 이름답게 곳곳이 하나의 전시장이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고흐의 자화상 느낌이 나는 조각 옆에 포니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토끼마을에서는 아이들이 사슴과 염소에게 먹이를 주며 깔깔 웃는 모습이 보인다. 나무곤충 만들기, 풍뎅이 투어 전동차 등 아이와 어른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풍성하다.
정오 즈음, 부대표가 “무더위엔 속을 다스려야죠”라며 안내해준 곳은 공원 내 식당. 차려진 ‘꽃잎정식’은 말 그대로 오감이 살아나는 상차림이었다. 백일홍, 비름나물, 된장무침, 보령산 쌀로 지은 밥, 그리고 산에서 직접 딴 나물들로 구성된 건강한 한 끼. “여긴 저희가 직접 운영하면서도 가장 신경 쓰는 공간이에요. 음식도 예술의 일부라고 생각해서요.” 땀이 식고 입맛이 도는 순간, 허브차 한 잔이 입 안을 정리해주며 여운을 남겼다.
식사 후 찾은 감성카페 ‘리리스’는 그야말로 공간 예술의 결정체였다. “제가 직접 인테리어와 구성에 참여했어요.” 임보영 부대표는 카페 곳곳을 손수 기획해냈다. 천장과 벽, 바닥을 장식한 드라이플라워와 생화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특히 눈길을 끈 건, 과거 목욕탕으로 쓰였던 구조를 살려 만든 독특한 포토존. 핑크빛 타일과 둥근 욕조 형태의 공간은 ‘SNS 인증샷’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임항렬 대표는 “아직도 할 일이 많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일하고 있습니다”라며 웃었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즐겁게 보고 가시는 모습을 보면, 그간 고생한 보람이 느껴집니다.” 세월을 담은 그의 얼굴은 지치기보단 여전히 생생했고, 개화예술공원에 대한 자부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돌아가는 길, 나는 다시 조용히 조각공원을 걸었다. 황무지를 문화의 성소로 바꾼 사람의 땀, 그 뿌리를 지키며 아름답게 피워내는 딸의 손길. 개화예술공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꿈이 만든 예술 그 자체였다.
“사람들이 잠시라도 머물러 위로받고 가면, 그걸로 충분해요.” 임보영 부대표의 말이 오래도록 귓가에 남는다.

![[보령]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보령의 보석, 개화예술공원](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571f70a4-a65f-4a1a-926e-c4cd49cae95e/00-legacy-cover-1224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