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경기도 안성, 그 이름만 들어도 포근한 들녘과 깊은 전통이 먼저 떠오른다. 이곳에서 세월의 결을 따라 내려온 술이 있다. 조선시대 양반가에서 귀히 여겨졌던 명주 ‘한주’다.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이성자 대표,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호 송절주 기능보유자. 그리고 그 뜻을 이어받아 오늘의 ‘한주’를 일구고 있는 이준곤 이사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주의 시작은 1988년, 이성자 대표의 시어머니이자 이준곤 이사의 조모가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며 더욱 명확해졌다. 그녀는 집안 대대로 소나무의 마디로 빚던 귀한 송절주를 되살려냈다. 송절주는 조선 영조때부터 집안의 며느리들이 만들어 사랑방에 기거하던 손님들에게 대접하던 술이었다. 쌀과 누룩, 그리고 소나무 마디. 단순한 재료의 조합이지만, 손끝에서 태어나는 그 술에는 시간과 정신이 오롯이 녹아 있었다.
“냉장유통이 어려워 대중화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머니는 증류주 형태로 전환했죠.” 이준곤 이사는 ‘한주’라는 이름으로 1994년 송절주를 현대화해 세상에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면세점, 이마트, 온라인 채널에서도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한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다. \'로주두말빚이\'라는 조선시대의 전통 양조법을 그대로 따르되, 현대적 감각을 입혀 정제된 향미를 구현한다. 이 방법은 증류 과정에서 땀을 내듯 술의 진액만을 이슬처럼 받아내는 기술이다. 그 방식에서 유래한 ‘한주’라는 이름처럼, 한 방울 한 방울의 정성이 느껴지는 술이다.
“조선시대에는 양반가에서 마시던 술이었죠. 시대가 흐르며 귀한 민속주로 남았고, 저희는 그 품격을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이준곤 이사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어머니가 술을 빚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술을 마시기 전부터 술을 알고, 술을 짓기 전부터 술을 존중했다. 지금은 며느리도 전수받아 3대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한주의 전통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확장 중이다. 2011년 출시한 안성생막걸이, 2013년 출시한 인삼주는 물론이고, 안성배와 쌀로 만든 탁주도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2025년 9월에는 다시 약주 형태의 송절주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그리고 2026년에는 안성배와 자두를 활용한 지역 특산주도 준비 중이에요.”
그는 이어 “이제는 옹기뿐 아니라 오크통에서도 숙성해 색다른 풍미를 실험하고 있어요. 향후에는 외국의 럼이나 위스키처럼, 30년 이상 숙성해 프리미엄 시장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2010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장려상, 2013년 우리술 품평회 우수상, 2015년 최우수상 등 수상 이력만 보아도 ‘한주’는 단지 오래된 술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전통주임을 증명한다.
전통이 단순히 옛것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를 타고 흐르며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한주’의 미덕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아직도 전통주 업계는 세금, 유통, 유통기한 등 현실적인 장벽이 많아요. 그럼에도 언젠가 누구나 부담 없이 ‘한주’를 즐기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어요.”
한 방울 속에 담긴 집안의 역사, 땀방울과 정성,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실험. 그 모든 것이 모여 오늘의 ‘한주’를 빚고 있다.

![[우리술 여행] 고요한 품격의 술, 안성 ‘한주’](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b23c2291-2370-41b8-b65e-911adf615958/00-legacy-cover-1204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