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강원도 정선의 깊은 산골, 덕산기계곡에서 광부 아버지들의 삶과 희생을 기리는 진혼의 무대가 펼쳐진다.
총체극 <아버지는 광부였다>는 오는 6월 6일과 7일 양일간 오후 7시, 정선군 정선읍 덕산기계곡에 위치한 ‘푸른별 야외예술무대’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공연은 제4회 푸른별이야기-산촌문화제의 메인 행사로 마련됐으며, 우천 시에는 정선군 문화예술회관으로 장소가 변경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덕산기계곡에 위치한 ‘푸른별 야외예술무대에서 진행한 2024푸른별이야기-산촌문화제 (제공=극단 서낭당)
연극 [아버지는 광부였다]는 사라져가는 광산과 그 안에서 묵묵히 생을 다한 이들의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낸, 위로와 기억의 공연이다.
연극은 ‘푸른별이야기-극단 서낭당’의 2025년 정기공연작으로, 작·연출을 맡은 최일순 연출가는 “광산의 끝자락에서 묵묵히 생을 다한 아버지들, 그분들의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은 삶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예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고 심우성 선생이 극단 서낭당 문패를 들고 있다(제공=극단 서낭당)
이번 작품은 단순한 연극을 넘어선 총체극으로 구성된다. 전통연희 ‘넋전춤’, 고(故) 심우성 선생의 1인극 <넋전아리랑>을 바탕으로 배우들의 몸짓과 전통소리, 광부가족의 실제 이야기, 예술사진과 전통미술 등이 어우러진다.
배우 유진규, 김홍기, 김희정, 전형근, 남도욱, 송춤새, 최일순이 출연하며, 박경하(시·노래), 정은주(피아노), 예술단 바우와 정선군립예술단 등이 특별출연해 무대에 깊이를 더한다.
광산의 현장을 담은 박병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의 작품, 김홍기 명인의 의상과 소품, 박미화 작가의 병풍도 함께 무대를 채운다.
음악감독은 김희정, 조명과 음향은 ‘새로이엔터테인먼트’, 영상은 전혜림이 맡았으며, 문정희 조연출과 박형준 디자이너가 힘을 보탰다.
넋전아리랑 1인극을 공연 중인 최일순 배우 겸 연출가(제공=극단 서낭당)
공연이 펼쳐지는 덕산기계곡은 연출가 최일순이 20여 년 전 부모의 고향에 예술인 공동체를 만들고자 직접 터를 잡은 곳으로, 지금은 정선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 공연은 ‘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지만 역사에서 점차 잊혀지는 석탄산업과 광부의 삶을 다시 호명하는 작업이다.
최일순 배우 겸 연출가는 이번 작품을 공연하는 무대 \'덕산기계곡\'과 [아버지는 광부였다]에 대해 "20여 년 전, 부모님의 고향이자 아무도 찾지 않던 산속 오지에 들어와 처음으로 공연을 시작했을 때, ‘이런 산속에서 누가 공연을 보러 오겠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외국의 오지에서 만난 예술인 공동체처럼, 이곳에서도 예술이 사람을 부르고, 기억을 만들고, 삶을 위로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번 <아버지는 광부였다>는 제 삶의 궤적과 맞닿아 있는 작업입니다. ‘한강의 기적’ 이면에 묻힌 광부들의 눈물과 노동을 예술로 끌어올리고 싶었습니다. 광산촌에서 태어나 광부의 아들로 자란 한 사람으로서, 이 무대를 빌려 그분들의 넋을 진혼하고, 후대에게 기억을 남기고자 합니다.
정선 덕산기계곡의 맑은 공기, 푸른 숲, 그리고 밤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공연이, 여러분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진심의 무대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소개했다.
고 이애주 교수의 넋전아리랑 공연(제공=극단 서낭당)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탄광 산업은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조치를 거치며 쇠락했고, 2024년 장성광업소 폐광 이후 현재는 도계광업소 한 곳만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한편 박병문 작가의 전시 <아버지는 광부였다>도 6월 6일부터 7월 30일까지 열린다. ‘광부 프로젝트 7’ 시리즈를 이어온 박 작가는 수년간 광산촌을 돌며 광부들의 삶을 기록해왔고, “아버지 세대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강원특별자치도, 강원문화재단, 정선군이 후원하며, 예술과 지역, 기억과 위로를 잇는 귀중한 시도가 될 것이다.
마무리
탄가루와 땀, 희생과 눈물로 채워졌던 광부들의 삶. 연극 <아버지는 광부였다>는 예술을 통해 이들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장이 된다. 그들의 굴 속 외침이, 이제 덕산기계곡의 밤하늘 아래 진혼의 노래로 울려 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