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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1000

아시아의 진주, 스리랑카를 걷다

요새 위의 전설부터 고대 불교 유산까지… 기자가 만난 여섯 가지 감동의 순간

최치선 기자
아시아의 진주, 스리랑카를 걷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햇살은 강렬하고, 바람은 짜릿했다. ‘아시아의 진주’라 불리는 스리랑카.

지금 이곳을 직접 두 발로 걷고 있는 나는 매 순간 고개를 들고, 숨을 고르고, 또 감탄했다.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스리랑카 여섯 곳의 주요 명소를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이 매혹적인 나라의 속살로, 함께 들어가 보자.


시기리야, 하늘을 향해 솟은 왕국의 기억


이른 아침, 시기리야를 향해 출발했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거대한 암석 요새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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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시기리야 담불라(사진=픽사베이)

  

5세기경 라자시하 왕이 지었다는 시기리야는, 바위 자체가 하나의 성곽이었다.

미끄러질 듯한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 정상에 닿았을 때, 사자의 발을 형상화한 거대한 입구와 사방으로 펼쳐진 정원, 푸른 숲이 한눈에 들어왔다.

숨이 찼지만, 이 숨결까지도 고대 왕국의 숨결인 듯했다.


여행 팁: 시기리야는 아침 7시 이전에 입장하는 것이 좋다. 기온이 빠르게 올라 덥고 습해지기 때문에, 이른 시간대에 방문하면 한적하고 쾌적하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캔디, 신성함과 일상이 교차하는 도시


스리랑카의 심장부, 캔디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공기였다.

향 냄새와 부드러운 햇살이 섞인, 묘하게 신성한 공기.

불치사(Temple of the Tooth Relic)를 찾은 날은 축일이라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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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캔디(사진=픽사베이)

  

사원 앞 작은 호수에는 연꽃이 떠 있었고, 흰옷을 입은 신도들은 조용히 기도했다.

전통 공연장에서 본 캔디안 댄스는 몸짓 하나하나에 영혼이 깃든 듯했다.

이 도시 전체가 살아 숨 쉬는 신앙이었다.


사원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복장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불치사처럼 성스러운 장소에서는 얇은 스카프를 챙겨가면 유용하다. 신발은 사원 입구에서 벗어야 하므로, 양말 착용을 추천한다. 뜨거운 바닥을 맨발로 걸으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누와라엘리야, 차향 가득한 작은 영국


기차를 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 도착한 누와라엘리야.

바람은 차고, 하늘은 높았다.

빅토리아 시대 풍의 건물, 잘 가꿔진 로즈 가든, 평화로운 호수 풍경이 영국 시골마을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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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와라엘리야 도심풍경(사진=픽사베이)

  

이곳은 스리랑카 최고의 홍차 생산지로, 차 농장을 방문해 직접 차를 시음하거나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맥우즈 티 팩토리’ 투어는 생산 과정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어 추천하고 싶다.

 

서늘한 기후 덕분에 여름에도 쾌적하게 머물 수 있다는 점도 누와라엘리야의 큰 매력이다.


[여행 팁] 스리랑카의 기차 여행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특히 캔디-누와라엘리야-엘라 구간은 창밖으로 펼쳐지는 차밭과 계곡의 풍경이 일품이다. 하지만 기차표는 빠르게 매진되니, 최소 하루 이틀 전에는 미리 예매하는 것이 필수다.


트리코말리,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휴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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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코말리 해변(사진=픽사베이)

 


동쪽 해안, 트리코말리에 발을 디딘 순간, 나는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선 듯했다.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 그 위에 떠 있는 피바나 바위 사원.

 

푸른 바다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여행자의 어깨를 다독였고, 스노클링을 즐기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잔잔했다.

상업화되지 않은 해변은 드물기에, 이곳에서의 시간은 그 자체로 선물이 됐다.


여행 팁: 트리코말리는 상대적으로 덜 개발된 지역이라, 대중교통보다는 툭툭(삼륜 오토바이)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툭툭을 탈 때는 반드시 탑승 전 요금을 협상할 것. 거리 기준으로 요금을 흥정하면 바가지를 피할 수 있다.


갈레, 석양을 품은 요새 도시


남부 해안의 갈레는, 시간조차 잠시 멈춘 듯한 곳이다.

네덜란드인들이 남긴 요새와 좁은 골목길, 그리고 고풍스러운 카페들.

갈레 성벽을 따라 걸으며 바라본 석양은, 오랜 여행의 피로를 한순간에 녹였다.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아이스크림 냄새, 골목을 뛰어다니는 고양이들, 그리고 저 멀리 등대 옆으로 지는 해.

갈레는 그 무엇보다 "살아 있는 과거"였다.


여행 팁: 갈레 요새 내부에는 매력적인 부티크 호텔과 카페가 많다. 현지에서 하루 묵어보면, 해가 지는 성벽과 새벽 바다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미리 예약하면 성수기에도 합리적인 가격에 머물 수 있다.


아누라다푸라, 불교 문명의 숨결을 따라


스리랑카 북부, 아누라다푸라는 완전히 다른 스케일의 신성함을 지니고 있었다.

수천 년 전 세워진 고대 사원과 스투파들, 그리고 지금도 자라고 있는 \'스리 마하 보디\' 보리수.

 

순례자들은 조용히 땅에 엎드려 기도했고, 나 또한 발끝으로 숨을 죽이며 고대의 숨결을 따라 걸었다.

이곳에서 시간은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갔다.

신성하고 평화로웠으며, 묵직했다.


여행 팁: 아누라다푸라 유적지는 상당히 넓기 때문에, 자전거를 대여하거나 툭툭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정오 시간대는 무척 덥기 때문에, 오전 이른 시간이나 해질 무렵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스리랑카는 쉽게 정의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나라였다.

자연과 역사, 신앙과 일상이 겹겹이 쌓여 있었고, 그 모든 결이 여행자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내가 만난 스리랑카는 관광지가 아니라 하나의 ‘살아 있는 이야기’였다.

언젠가, 여러분도 이 아시아의 진주를 직접 만나, 자신만의 페이지를 채워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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