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서해 바다와 해송 숲이 빚어낸 자연의 선물, 태안에서 전통주와 발효식품의 새로운 가능성이 꽃피고 있다. 태안의 풍요로운 해안선을 배경으로, 허정원 대표가 이끄는 ‘태안발효’는 지역 농산물과 해산물을 활용해 독창적인 술과 발효제품을 만들어내며 주목받고 있다.
태안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30여 개 해수욕장과 114개의 섬이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췄다. 이러한 자연 자원을 바탕으로 허 대표는 2019년 귀농을 결심해 태안에 정착했다. 수원에서 농학박사로 연구원 생활을 하던 그는 “태안은 농산물과 해산물이 공존하는 곳이라 특별한 발효식품을 만들기에 최적”이라며 지역의 잠재력에 매료됐다.
처음에는 식초와 술을 소규모로 빚어 지인들에게 나누던 허 대표는,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2021년 양조장 ‘태안발효’를 정식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태안산 쌀과 참외, 해삼 등 지역 특산품을 활용해 다양한 발효주와 발효식초, 누룩소금 등 건강한 발효식품을 개발 중이다.
태안발효의 대표 제품인 ‘태안별주’는 국내 최초로 참외를 주재료로 한 증류주다. 참외 30%, 태안 쌀 70%를 원료로 하며, 인공첨가물 없이 전통 누룩과 소량의 설탕만을 더해 자연스러운 단맛과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이다. 특히 ‘태안별주25’는 부드러운 목넘김과 적당한 도수 덕분에 전통주 초보자부터 술을 즐기는 이들까지 폭넓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시리즈 중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40도 버전인 ‘태안별주40’은 깔끔하고 강렬한 맛을 선호하는 마니아층에게 사랑받으며, 15도 버전은 가볍게 즐기기 좋은 선택지로 자리매김했다.
이 외에도 태안 쌀과 누룩으로 빚은 부드러운 약주 ‘태안법주’, 전통 탁주 ‘태안백주’까지 전통주 라인업을 완성하며 지역 특색을 살린 풍미를 선보인다. 허 대표는 “발효는 재료를 세월 속에서 변화시키는 기술”이라며 “몸에 좋은 발효식품으로 건강한 삶을 돕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태안발효는 해산물을 활용한 발효식초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해삼을 주재료로 한 ‘해삼식초’와 누룩을 발효해 만든 ‘누룩소금’은 자연의 깊은 맛을 담은 특별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태안별주40’은 2024년 충청남도 ‘톱10 전통주’에 선정되는 등 국내 전통주 박람회에서 다수 수상하며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허 대표는 현재 국화꽃의 일종인 감국을 활용한 신제품 ‘피올라’를 개발 중이다. ‘꽃이 피어오르다’라는 뜻을 담은 이 술은 9월 출시를 목표로 마지막 테스트 단계에 있다. 더불어 태안 해안에서 채취한 해조류를 발효해 만든 증류주 연구도 진행 중이다. “바다와 들판, 산이 공존하는 태안만의 풍미를 술로 표현하고 싶다”는 그의 포부는 지역 자원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전통주 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난이다. 허 대표는 “젊은 인재가 부족하지만, 전통주에 관심 갖는 세대가 늘고 있어 희망적”이라며 전통주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술도 품질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으니, 우리 술의 가치를 더 많이 알리고 싶다”는 말에서 그의 열정이 느껴진다.
태안발효는 단순한 양조장을 넘어, 발효의 가치와 지역 자원의 가치를 함께 빚어내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허정원 대표가 시작한 이 작은 여정은 서해안 바람을 타고 더 넓은 세상으로 퍼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술 여행] 태안발효...바다와 꽃, 그리고 발효의 시너지](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e52b203d-4f1e-4970-830a-95aa30d3b551/00-legacy-cover-1196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