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정화는 끝까지 그들을 쫓았지만, 적들은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숨을 고른 그녀는 부상당한 우성을 바라봤다. 왼팔에서 흘러내린 피가 그의 옷자락을 적시고 있었다.
"더는 무리야. 우선 치료부터 해야 해."
정화는 결심한 듯 우성의 팔을 감싸 안았다. 눈발이 흩날리는 새벽, 두 사람은 차를 몰아 후사비크(Húsavík)로 향했다. 피요르드의 작은 항구 마을에 자리 잡은 조용한 병원. 얼어붙은 창문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조금만 참아. 곧 치료해줄 거야." 정화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다급함이 묻어났다.
후사비크 시립병원, 새벽 3시.
우성은 흐릿한 의식 속에서 낯선 천장을 바라보았다. 희뿌연 형광등 불빛 아래, 누군가의 손이 이마의 땀을 닦고 있었다. 익숙한 향기였다.
정화였다.
"깨어났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가에는 걱정이 스며 있었다.
"내 팔은…?"
"총상은 깊지 않았어. 하지만 신경이 조금 다쳤대. 한동안은 무리하지 마."
정화는 붕대를 새로 감싸며 조용히 웃었다. 그녀의 손끝이 닿을 때마다 우성의 가슴이 미묘하게 떨렸다. 수많은 전투와 추격 끝에, 이 작고 조용한 병실에서야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정화야… 네가 아니었으면 나..."
"됐어. 고맙다고 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정화야." 우성이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왜?" 그녀가 조용히 되물었다.
비 내리는 북극권의 밤. 후사비크의 작은 병원 창밖으로 바닷바람이 휘몰아쳤다. 우성은 흐릿한 의식 속에서 정화의 손길을 느끼고 있었다. 따뜻하고 단단한 그 손은, 적들의 총탄보다 더 깊은 상처로 남아 있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이젠… 너만 믿을게."
정화는 대답 대신 우성의 붕대를 다시 조이며 속삭였다.
"다 나을 거야. 그리고 다시 싸울 거야.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잊지 말자."
하지만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병원 창문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들이 병동을 뒤덮었다. 드론처럼 날아든 금속 벌레들이 병실 내 모든 기기를 교란시키고, 헬멧을 쓴 괴한 세 명이 전기 충격기를 휘두르며 들어왔다.
"정화, 비상 탈출구로!" 우성이 신음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정화는 재빠르게 가방을 들쳐 멀리뛰듯 튀어나갔다. 우성의 몸을 감싸 안은 채 병원의 뒤편 언덕길을 향해 달렸다. 설산을 배경으로 하는 절벽 아래, 오래전 비밀 통신기지를 겸한 어부의 창고로 둘은 몸을 숨겼다.
그곳에서 둘은 ‘미라 송 박사’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찾았다.
"오로라가 가장 강하게 빛나는 곳, 그 안에 우주의 진실이 있다."
다음 날, 정화와 우성은 아이슬란드 링로드 북서쪽의 Ólafsfjörður(올라프스피외르뒤르) 마을로 향한다. 거센 눈보라 속, 고요한 피오르 해안길을 따라 우성은 GPS에 표시된 좌표를 따라갔다. 목적지는 Aurora Core Lab, 북극 오로라의 기류를 따라 외계 신호를 추적하는 극비 실험실이었다.
"이게 박사가 남긴 최종 목적지야. 여기가 열쇠야."
정화가 말했다.
그 순간, 하늘 위 오로라가 붉게 갈라지며, 마치 커튼처럼 펼쳐졌다.
그리고 그 아래, 적들의 새로운 병기—플라즈마 무장 바이오드론 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절대 도망가지 않아.” 정화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외쳤다.
우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 장착한 오딘-7 전자 펄스 암을 휘둘렀다.
그들은 이제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었다. 우주의 운명을 짊어진 전사였다.

![[우성과 정화의 달콤살벌한 아이슬란드 링로드 일주여행] 제9화. 북극권의 불청객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ba310d58-9566-4004-9b26-c2abf15b205c/00-legacy-cover-11867.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