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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 여행] 곡성의 토란이 술이 되다…양조장 ‘시향가’에서 만나는 특별한 향기

곡성 토란으로 만든 막걸리, 고소한 누룽지 소주까지…MZ세대도 반한 레트로 감성의 전통주

최치선 기자
[우리술 여행] 곡성의 토란이 술이 되다…양조장 ‘시향가’에서 만나는 특별한 향기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전라남도 곡성, 토란의 고장이라 불리는 이곳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면 들판을 마주한 창고형 건물이 눈에 띈다. ‘시향가(施香家)’라는 이름이 걸린 그곳의 문을 열면, 양숙희 대표가 정성껏 빚고 있는 술에서 퍼져 나오는 은은한 향기가 먼저 사람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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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가에서 제조된 주류 제품들(사진=최치선 기자)

 

어머니의 토란에서 출발한 술 이야기

 

진도형 이사와 인사를 하고 시향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양숙희 대표가 등장했다. 첫인상이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인물이란 느낌이 들었다. 외유내강형, 그 말이 딱 맞았다. 진 이사는 웃으며 "양 대표는 1인 4역을 소화해내는 슈퍼우먼"이라고 소개했다. 회사 대표로서, 전통주 강사로서, 며느리로서, 또 아이들의 엄마로서, 모든 역할을 빈틈없이 해내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며, 특히 전통주 개발에는 모든 열정을 쏟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양 대표는 음식점 운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시어머니가 직접 재배한 토란의 판로 문제를 고민하다가, 문득 “토란도 발효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그렇게 \'토란막걸리\' 개발이 시작되었다. 결국 동결건조한 토란 칩을 고두밥과 함께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시향가’만의 토란막걸리를 완성했다. 

전통주를 향한 집념과 토란이라는 재료에 대한 집요한 연구, 그리고 가정을 돌보면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온 양 대표의 삶이 녹아든 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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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가 양숙희 대표(사진=최치선 기자)

  

‘향기를 베푸는 집’, 이름에 담긴 깊은 뜻

‘시향가(施香家)’는 단순한 양조장이 아니다. 이름 속에 담긴 철학부터가 남다르다. ‘시(施)’는 ‘베풀 시’, 즉 좋은 것을 아낌없이 나누겠다는 뜻이고, ‘향(香)’은 발효의 깊은 향기, ‘가(家)’는 따뜻한 공간을 의미한다. 이 세 글자가 모여 만들어진 ‘시향가’는 “술이 익어가며 풍기는 그 향기를 세상과 나누는 공간”이다.

 

양숙희 대표는 “술을 빚는 일은 향기를 베푸는 마음으로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시향가라는 이름에는 단순히 술을 제조하는 기술자 이상의 철학이 담겨 있다. 자연이 준 재료를 정성껏 빚어내고, 그 술이 발효되는 동안 머무는 향기, 그리고 그 향기를 함께 나누는 삶. 시향가는 한 잔의 술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공간이다.

 

시향가는 두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전통주를 실제로 빚는 양조장은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낙동원로 20에 위치해 있으며,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안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는 시향가에서 만든 다양한 전통주 제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시장 안 매장은 지역 주민은 물론 곡성을 찾은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명소로, 시향가의 레트로 감성과 지역의 특색 있는 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술이 예쁘면 맛도 궁금해진다” – MZ 감성 저격한 디자인

양 대표는 단지 맛뿐 아니라 \'감성\'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하철에서 여성이 가방에서 화장품을 꺼내는 모습을 보며 막걸리도 그런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막걸리는 전통적인 병이 아닌, 귀여운 500㎖ 우유병에 담기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시향가는 최근 MZ세대를 위한 캔 막걸리 ‘말이야막걸리야’를 출시하며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전라남도는 이 제품을 6월 대표 남도 전통주로 선정하며 그 가치를 인정했다.

 

‘말이야막걸리야’는 곡성 친환경쌀과 유기농 토란 가루를 사용해 만든 전통주로,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자연 발효 방식으로 빚어 산뜻한 산미와 깔끔한 목 넘김을 자랑한다. 특히 토란에 함유된 칼륨과 멜라토닌 등 건강 기능성 성분은 고혈압 예방과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작은 200㎖ 캔은 노랑·빨강·핑크(라이트 버전), 초록·파랑(스파클링 버전)까지 총 5종으로 구성돼, “막걸리를 마시는 재미 + 라벨을 모으는 재미”까지 더했다. 특히 분리배출을 쉽게 하기 위해 화살표 따라 뜯을 수 있는 친환경 라벨을 적용해 환경까지 고려했다. 

 

전통 막걸리 외에도, 시향가는 지역 프리미엄 쌀 ‘백세미’를 사용한 증류식 소주 ‘숙희59’도 생산한다. 5년 이상 옹기 숙성한 이 술은 누룽지 특유의 고소한 향이 살아 있으며, 59도의 고도주임에도 부드러운 목넘김과 바닐라 향이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올해 1월 곡성몰에 100병 한정으로 출시된 ‘숙희59’는 1병당 30만 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출시 3일 만에 완판됐다. 

 

체리 스파클링 와인까지…‘술로 쓰는 곡성 이야기’

양 대표는 새로운 전통주의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곡성에서 생산한 체리를 이용한 ‘선셋 체리 스파클링’은 여름철 인기 과일과 전통주의 이색 콜라보로, 젊은 세대의 입맛을 겨냥한 제품이다. 은은한 체리 향과 분홍빛 컬러는 마치 여름 저녁 노을을 병에 담아낸 듯한 감성을 전한다.

 

이외에도 시향가는 ‘우주멜론미’(곡성 멜론 스파클링 막걸리), ‘시향가 프리미엄’(토란 원액 막걸리), ‘토막’(토란 가루 막걸리)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주류를 개발해왔다.

특히 3ℓ 대용량 탭 막걸리와 같은 상품은 캠핑이나 홈파티에서 인기가 높아 전통주의 소비 문화를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해외 수출·스마트공장 구축…공동체 가치를 품은 양조장

시향가는 전통주 산업의 현대화를 위한 발걸음도 멈추지 않는다. 올해 초 1천만 원 상당의 토란탁주가 미국 맨해튼으로 수출되었고, 일본·홍콩 등으로의 수출도 준비 중이다. 안전한 유통을 위해 크라운캡 유리병을 채택하고, 살균 시설 도입도 추진 중이다.

 

양 대표는 앞으로 “1400평 부지에 스마트공장을 새로 지어 저온창고와 자동화 설비를 갖출 계획입니다.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도 준비 중이에요.”라고 전했다. 시향가는 수익과 공동체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양조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술을 빚을 땐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양숙희 대표는 술을 빚는 순간만큼은 가장 즐겁다고 말한다. “세 딸이 ‘엄마처럼 되고 싶다’고 말해줄 때 가장 뿌듯해요. 앞으로도 지역과 환경을 생각하며 ‘100년 기업 시향가’를 만들고 싶습니다.”

 

곡성의 시향가는 단지 술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전통을 계승하고, 지역의 가치를 담아내며, 젊은 감성과 만나 새롭게 진화하는 이야기의 공간이다. 올여름, 곡성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말이야막걸리야’ 한 캔으로 시원한 한 잔의 여행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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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가 제품들(사진=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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