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칠흑 같은 늦가을 밤하늘을 가르며 타오르는 숯가루 불꽃이 마치 붉은 꽃잎처럼 흩날려 대지 위로 쏟아져 내린다. 은은한 야간 조명을 머금은 백제 왕실 사찰의 웅장한 목탑과 허공을 수놓는 불꽃 비가 어우러지며, 천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몽환적인 야경 파노라마를 펼쳐낸다.
백제문화단지 낙화놀이·사진제공=충남도충남 부여 백제문화단지 능사 오층목탑 일원에서 오는 7일 펼쳐지는 전통 불꽃의 향연 '부여 낙화놀이'가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전국 여행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마련된 입장권 3500장은 온라인 예매 창구가 열리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전량 팔려나갔다. 지난달 13일 진행된 티켓 오픈 당시 동시 접속 대기 인원만 3만여 명에 육박할 정도로 치열한 예매 전쟁이 벌어졌다. 각종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는 낙화놀이 명당자리 선점 요령과 취소 표를 구하는 노하우가 쉼 없이 공유되며 가을밤 축제를 향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낙화놀이는 뽕나무나 참나무 숯가루와 사직 종이를 한지에 말아 꼬아 만든 수천 개의 '낙화봉'을 긴 줄에 매달아 불을 붙이는 한국 고유의 전통 불꽃놀이다. 굉음을 내며 하늘 높이 쏘아 올리는 서양식 화약 폭죽과 달리, 허공에서 불꽃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아래로 은은하게 흘러내리는 고요하고 서정적인 멋이 일품이다.
특히 38m 높이로 우뚝 솟은 백제문화단지 능사 오층목탑의 정교한 처마선과 은은한 달빛, 그리고 밤바람을 타고 춤추는 붉은 불꽃비가 물결치듯 어우러지는 광경은 오직 부여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보적인 장관이다.
백제문화단지는 지난 2024년 첫선을 보인 이후 매년 단 한 차례 이 특별한 불꽃 축제를 열고 있다. 첫해 당시 무려 7800명의 구름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현장 발권 시스템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후 안전사고를 철저히 예방하고 쾌적한 관람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면 사전 온라인 예약제를 도입했다. 관람 인원을 늘려달라는 나들이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올해는 정원을 1000명 늘려 3500석으로 확대했으나, 여전히 단숨에 표가 매진될 만큼 전국적인 가을 야경 명품 콘텐츠로 우뚝 섰다.
올해 낙화놀이는 7일 오후 6시 30분 장엄한 점화식과 함께 본격적으로 불을 밝힌다. 숯불이 붉게 타오르는 동안 무대에서는 충남 무형유산인 승무의 고즈넉한 춤사위가 펼쳐져 우리 전통 예술의 깊이를 더한다. 붉은 불꽃이 사그라진 뒤인 오후 8시 30분부터는 대형 천체망원경을 통해 깊어가는 가을 밤하늘의 별자리와 달을 관찰하는 별빛 프로그램도 이어져 가족과 연인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충남도 관계자는 "낙화놀이를 향한 국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은 백제 왕궁의 역사적 공간과 품격 있는 전통 야간 문화유산이 빚어낸 독보적인 매력 덕분"이라며 "앞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면서 더 많은 여행객이 백제의 환상적인 밤 풍경을 온몸으로 누릴 수 있도록 관람 기회를 점진적으로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백제 최후의 도읍지 부여는 낙화암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오층석탑 등 백제의 찬란했던 숨결이 백마강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