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포르투갈
피스보트 타고 만나는 리스본, 골목에서 벨렝탑까지
108일 세계일주 속 하루, 배에서 내려 포르투갈의 일상을 걷다
알파마 골목과 시장의 맛, 테주강에 남은 대항해시대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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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세계를 돌아보는 긴 항해에도 도시를 만나는 시간은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배 위에서 바라보던 항구가 가까워지고, 승객들이 육지로 내려서면 여행의 풍경도 달라진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는 테주강의 넓은 물길을 뒤로하고 오래된 골목과 시장, 강변의 벨렝탑을 잇는 하루를 그려볼 수 있다.
리스본 벨렝탑·© 최치선·트래블아이 피스보트의 제126회 세계일주 크루즈는 2027년 4월 7일 일본 요코하마를 출발해 7월 23일 돌아오는 108일 일정이다. 공개된 항로에는 리스본을 비롯해 케이프타운, 레이캬비크, 뉴욕 등이 포함돼 있다. 항구마다 다른 문화와 생활을 만나는 여정에서 리스본은 유럽의 골목 풍경과 바다로 뻗어 나간 역사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항지다.
도시 구경은 명소의 개수보다 동선이 중요하다. 하선 후에는 배에서 안내하는 귀선 시각과 항구 복귀 방법을 먼저 확인한다. 알파마 일대의 골목을 걷고 시장이나 음식점에서 쉬어간 뒤 벨렝 지구로 이동하는 식으로 일정을 잡되, 교통 상황을 고려해 돌아올 시간을 넉넉히 남겨두는 편이 좋다.
골목에서는 걸음을 늦출수록 볼거리가 늘어난다. 건물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 길, 창가와 작은 가게, 길모퉁이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이 리스본의 하루를 채운다. 언덕과 돌길을 오르내려야 하는 만큼 편한 신발은 필수다. 전망 좋은 곳을 찾아 서두르기보다 그늘진 카페에 잠시 앉아 도시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간도 여행의 일부다.
시장과 먹거리 공간에서는 눈과 입이 함께 바빠진다. 진열대의 과일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간식 하나를 골라 동행과 나누다 보면 낯선 도시는 조금 가까워진다. 정해진 식당을 찾아 이동하는 것도 좋지만, 메뉴와 가격을 확인하고 잠시 머물 곳을 고르는 과정 자체가 기항지 여행의 재미다.
골목에서 보낸 시간을 뒤로하고 벨렝 지구로 향하면 풍경이 넓어진다. 테주강 가장자리에 선 벨렝탑은 리스본의 해양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마누엘 1세 시기에 건설된 탑은 강 하구와 항구를 방어하는 요새 역할을 했다. 탑과 돌출된 보루가 결합한 구조, 석벽을 장식한 조각을 살펴보면 방어시설이면서 왕국의 위상을 드러내던 건축물의 성격을 읽을 수 있다.
벨렝탑은 인근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함께 198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내부 관람을 계획한다면 방문 시점의 개방 여부와 예약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기항 시간이 빠듯하다면 강변에서 탑의 외관을 살펴보는 일정으로도 충분하다. 탑 전체를 담는 사진을 찍고, 방향을 바꿔 석조 장식과 강물의 반짝임을 함께 기록해보자.
귀선 시간이 다가오면 여행자는 다시 항구로 향한다. 갑판에서 바라보는 저녁 풍경에는 낮 동안 걸었던 골목과 맛보았던 음식, 벨렝탑 앞에서 찍은 사진이 겹쳐진다. 108일의 세계일주는 이렇게 서로 다른 도시에서 보낸 하루가 모여 완성된다. 리스본에서의 하루 역시 다음 항구로 가져갈 한 편의 여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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