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어린 시절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훌쩍 더 솟아오른 키 때문에 쏟아지는 시선이 버거웠던 소녀가 있었다. 어른이 되어 무대 위에서 베이스 기타를 튕기고 연극 무대에서 호흡하던 예술가는 마침내 자신의 가장 깊숙한 성장통을 다정한 동화 한 편으로 엮어 세상 밖으로 띄워 보냈다. 실제 180cm가 훌쩍 넘는 남다른 신체 조건 속에서 치열하게 자아를 마주해 온 음민서 작가가 신작 동화 앤솔러지 《키 얘기 좀 그만해》를 통해 성장기 아이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보듬는다.
동화 앤솔러지 《키 얘기 좀 그만해》의 책 표지 이미지.·사진=음민서이번에 출간된 《키 얘기 좀 그만해》는 외모와 키에 대한 사회적 시선 때문에 남모를 속앓이를 하는 세 아이의 이야기를 엮은 단편집이다. 몸에 맞지 않는 악기를 쥐고 조바심을 내는 도윤의 이야기 〈성장판 박사 K의 비밀〉과 큰 키를 농구로 승화시키는 에이든의 〈슈퍼 덩크〉 사이에서, 음민서 작가가 빚어낸 단편 〈내가 빛나는 이유〉는 단연 진정성 있는 울림을 전한다.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과 예술가로서의 궤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까닭이다.
작품 속 주인공 재인은 또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아이다. 눈에 띄는 외형 덕에 단숨에 아이돌 센터 후보로 발탁되지만, 정작 기획사 대표는 재인의 노래 실력 대신 겉모습만 앞세우려 한다. 남들에게는 한없이 부러움의 대상일지 모를 큰 키가 오히려 노래하고픈 진짜 꿈을 가로막는 단단한 벽이 된 셈이다. 남들이 요구하는 외형적 기준에 맞출 것인가, 아니면 기타를 메고 자신의 목소리로 삶을 노래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재인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내가 진짜 빛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같은 서사는 음민서 작가의 다채로운 예술 이력과 직결되어 있다. 여성으로서는 매우 드문 180cm 이상의 큰 키를 지닌 음 작가는 '조약돌밴드'의 가타리스트이자 보컬로 활동하며 무대 위에서 음악적 감성을 쌓아왔다. 송파구 엄마배우 극단에서 연극배우로 활약하며 삶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체화하기도 했다. 기타를 메고 무대에 섰을 때 겪었던 수많은 편견과 시선, 그리고 그 속에서 건져 올린 순수한 예술적 열정이 고스란히 동화 속 재인의 숨결로 녹아들었다.
음민서 작가가 기타를 들고 책장 앞에 앉아 있는 모습.·사진=음민서
음민서 작가가 어린이 독자들과 진행하는 북콘서트 현장 모습.·사진=음민서음 작가는 책 속에 갇힌 문자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들과 직접 호흡하는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동화의 메시지를 입체적으로 전하는 '키 얘기 좀 그만해' 찾아가는 북콘서트를 활발히 펼치는 중이다. 북콘서트 현장에서 음 작가는 직접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들려주고, 큰 키 때문에 움츠러들거나 타인의 시선에 상처받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정한 대화를 나눈다. 음악과 문학, 연극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그의 북콘서트는 어린이 독자는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음민서음민서 작가는 "남들보다 지나치게 큰 키는 성장기 내내 거추장스러운 껍질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결국 그 껍질을 깨고 나를 마주하게 만든 소중한 바탕이 되었다"며 "아이들이 타인이 정해놓은 숫자의 틀에 갇히지 않고, 각자의 마음에 품은 진짜 빛과 고유한 목소리를 당당하게 발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