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혀끝이 얼얼해질수록 환호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유유히 흐르는 밀양강 둔치가 주말 내내 코끝을 찌르는 알싸한 매운 향기와 4만 인파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밀양의 대표 특산물과 지역 향토 자원을 화끈한 미식 콘텐츠로 엮어낸 ‘2026 밀양매운맛축제’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간의 열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전국 미식가들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2026 밀양매운맛축제’ 현장·사진제공=밀양시‘도전하라! 한계를 넘는 극강의 매운맛’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올해 처음으로 닻을 올린 이번 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장터를 넘어 음식과 체험, 무대 공연을 결합한 복합 미식 관광의 새 지평을 열었다. 특히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밀양 무안면의 특산물 ‘맛나향고추’와 전 세계에 K-매운맛 열풍을 일으킨 주역 삼양식품 밀양공장이라는 지역의 독보적인 자원을 영리하게 결합해 다른 지자체 축제와는 확연히 차별화된 정체성을 뽐냈다.
축제장 중심에 들어선 대형 먹거리 공간 ‘스파이시존’은 이틀 내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밀양 현지 맛집들은 물론 전국의 매운맛 전문 명가들이 총출동해 불향 가득한 매운 갈비찜과 화끈한 닭발, 매콤한 떡볶이, 특제 양념 꼬치 등 다채로운 메뉴를 쏟아냈다. 불타는 입안을 달래줄 구원투수 공간 ‘릴렉스존’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얼음 가득한 전통 음료, 로컬 디저트가 배치돼 방문객들이 매운맛과 단맛을 번갈아 즐기며 지루할 틈 없이 축제장을 누볐다.
관람객들의 승부욕과 호기심을 자극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모았다. 단계별 매운맛에 당당히 맞서는 ‘도전! 스코빌지수를 채워라’ 무대에서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끝까지 젓가락을 놓지 않는 도전자들의 모습에 객석 곳곳에서 응원과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유명 조리장 강레오 셰프가 맛나향고추의 깊은 풍미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인 ‘셰프의 테이블’ 시연회는 요리의 품격을 더하며 현장 미식가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여기에 매운맛을 유쾌하게 풀어낸 길거리 퍼포먼스와 온 가족이 즐기는 참여형 이벤트, 브랜드 협업 부스가 어우러져 강변 전체를 거대한 축제판으로 물들였다.
밀양문화관광재단은 이번 첫 축제에 쏟아진 4만 방문객과 참여 업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수렴해 콘텐츠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방침이다. 영남루와 표충사, 위양지 등 밀양이 자랑하는 수려한 자연 명소 및 역사 유적과 연계한 체류형 관광 패키지를 발굴해 단발성 행사를 넘어선 사계절 미식 여행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현장 행사를 이끈 축제 관계자는 "밀양 고유의 농특산물과 산업 자원이 결합했을 때 만들어낼 수 있는 매운맛 콘텐츠의 무한한 확장성과 파급력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단순한 맛의 체험을 넘어 밀양의 아름다운 관광 명소들과 유기적으로 엮어 지역 골목 상권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대표 문화관광 축제로 다듬어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