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지리산의 깊고 웅장한 계곡이 마침내 타오르는 붉은 빛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맑고 투명한 옥빛 계곡물 위로 흩날리는 붉은 단풍잎이 가을 산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자리한 지리산 뱀사골 단풍이 11월 초 절정에 달한다. 해발 1000m가 넘는 노고단과 반야봉 정상부에서 시동을 건 단풍 전선은 산세를 타고 거침없이 내려와 현재 해발 700∼800m 능선까지 오색 빛깔을 짙게 물들였다.
지리산 단풍·사진제공=남원시단풍의 물결은 다음 주를 기점으로 해발 600∼700m 지점까지 번져나가며 산 전체가 가장 화려한 빛깔을 뽐내는 절정기에 들어선다. 이어 11월 10일 전후로는 탐방객들의 발길이 시작되는 뱀사골 입구와 반선마을 어귀까지 붉은 단풍이 가득 내려앉아 계곡 전체를 수놓는다.
반야봉에서 반선마을까지 약 9㎞에 걸쳐 길게 이어지는 뱀사골 계곡은 수억 년 세월이 빚어낸 기암괴석과 크고 작은 소(沼), 폭포가 쉼 없이 이어지는 남원 지리산의 대표 비경이다. 특히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놓인 '신선길' 데크로드는 맑은 물빛에 비친 붉은 활엽수림을 곁에 두고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가을 트레킹 코스로 사랑받는다.
유난히 길었던 가을 가뭄과 급격하게 떨어진 아침 기온 탓에 단풍의 선명도가 예년에 비해 다소 옅어졌지만, 지리산 특유의 장엄한 원시림과 바위를 휘감아 도는 물줄기가 어우러진 풍광은 여전히 탄성을 자아낸다.
단풍이 가장 화려하게 물드는 시기에 맞춰 축제의 장도 펼쳐진다. 남원시는 11월 7일 지리산 뱀사골 일원에서 한 해의 안녕과 가을의 풍요를 기리는 '지리산 뱀사골 단풍제'와 청정 지리산의 농특산물을 만날 수 있는 '도토리골 로컬푸드 축제'를 함께 연다. 단풍길 걷기 행사와 더불어 뱀사골 주민들이 정성스레 수확한 신선한 산나물과 먹거리가 탐방객들의 오감을 채워줄 예정이다.
강길영 지리산국립공원 전북사무소장은 "가을 기후 영향으로 예년보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뱀사골은 여전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으뜸 단풍 명승지"라며 "많은 여행객이 찾아와 계곡 물소리와 함께 지리산의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고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리산 품에 안겨 굽이치는 뱀사골의 9km 물길은 걷는 발걸음마다 가을의 여운을 깊게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