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가을 정취가 무르익어가는 섬진강변 고즈넉한 마을 곡성에서 정갈한 명주천과 색색의 비단 조각이 빚어내는 전통 바느질의 향연이 펼쳐진다. 닫힌 규방의 문을 활짝 열고 세상과 소통하는 여인들의 단아한 손끝 예술이 가을 나들이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곡성군이 운영하는 문화공간 갤러리 107과 인근 스트리트 갤러리 4곳에서 10월 29일부터 11월 11일까지 규방공예 회원들의 세 번째 정기 단체전 ‘규방, 문을 열다’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대주제인 《규방, 문을 열다》는 옛 선조들의 삶 속에서 규방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소통의 통로이자 안과 밖을 가르는 차단과 포용의 미학을 오롯이 품어온 ‘문살’을 모티프로 삼았다. 은은한 창호지 너머로 빛을 들이던 전통 문살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특별 출품작을 비롯해 정성으로 빚어낸 50여 점의 다채로운 규방공예 명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16인 장인의 문살 모티프 조각보로 구성된 다채로운 색감의 규방공예 작품.·사진제공=곡성군
김봉금 작가의 문살을 모티프로 한 작품 ‘빛이 머무는 세 살문’.·사진제공=곡성군이번 자리에는 규방담소공동체를 중심으로 곡성 지역에서 활발히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강지연, 조영미, 배명숙, 나애경, 박정해, 박지숙, 나현, 이의선, 김수덕, 최선영, 장미화, 신경희, 정채선, 김봉금, 이민경, 이정주 등 16인의 작가가 뜻을 모아 참여했다.
작가들은 천연 염색으로 물들인 다채로운 색감의 비단과 모시, 삼베 위에 전통적인 ‘상침 기법’을 정교하게 수놓았다. 바늘귀에 실을 꿰어 한 땀 한 땀 정성을 쏟아부은 문살발과 조각보는 천 조각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았던 옛 여인들의 알뜰한 지혜와 예술혼을 생생히 보여준다. 빛을 투과하며 오묘한 음영을 만들어내는 조각보 발과 정교한 기하학적 문양은 전통의 깊이를 넘어 현대 미술의 조형미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감동을 전한다.
전시에 참여한 김봉금 작가는 “곡성 지역사회를 든든한 터전 삼아 활발한 공예 활동을 펼쳐오며, 주민들과 함께하는 재능기부와 규방공예 체험을 통해 전통문화의 참된 가치를 알리고 지역 문화예술에 따스한 온기를 더해왔다”라며 “전시장을 찾아 규방공예가 건네는 은은한 옛 멋과 함께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과 상생의 미학을 가슴 깊이 느껴보시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107은 곡성읍 중앙로 107-1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전시 기간 내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갤러리 주변 골목길에 조성된 스트리트 갤러리 4곳에서도 작품이 분산 전시되어 곡성 읍내를 산책하듯 거닐며 예술 작품을 마주하는 색다른 도심 갤러리 투어의 묘미를 누릴 수 있다.
곡성 읍내는 섬진강기차마을과 뚝방마켓 등 낭만적인 관광 명소와도 가까워, 가을빛으로 물든 섬진강 자락을 여행하며 정갈한 전통 바느질의 미학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늦가을 힐링 코스다.
색 바래지 않는 비단 조각마다 옛 여인들의 숨결과 작가들의 땀방울이 서린 이번 전시는 깊어가는 가을, 곡성을 찾은 여행자들에게 마음을 차분히 어루만지는 따스한 예술의 온기를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