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가을 햇살이 누렇게 익은 초가지붕을 곱게 물들이는 남도의 옛 성곽 마을에 구성진 노랫가락과 맑은 가야금 뜯는 소리가 번져간다. 조선 시대 읍성의 원형을 오롯이 품은 순천 낙안읍성이 전국 국악 명인과 예비 명창들의 뜨거운 예술혼으로 들썩인다. 순천시는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틀 동안 낙안읍성 일원에서 ‘제18회 순천 낙안읍성 전국 가야금병창 경연대회’를 연다.
가야금병창 경연 포스터·사진제공=순천시가야금병창은 연주자가 손수 열두 줄 명주실을 뜯고 튕기며 판소리의 눈대목이나 단가, 남도 민요를 얹어 부르는 독창적이면서도 고난도의 전통 종합 예술이다. 혼자서 악기 반주와 소리를 동시에 이끌어야 하기에 기교와 공력이 남달라야 하는 분야로, 일찍이 1968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그 빼어난 예술적 가치를 공인받았다.
순천시가 주최하고 (사)낙안읍성가야금병창보존회가 정성껏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지난 2008년 첫 깃발을 올린 이래 우리 소리의 전승 기반을 단단히 다지고 실력 있는 신진 국악인들을 발굴해 온 대표적인 국악 등용문이다. 특히 근대 가야금병창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오태석 명인이 태어나 예술의 뿌리를 내린 생가가 자리한 낙안읍성에서 매년 대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국악계 안팎의 상징성이 매우 크다.
올해 경연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소리꾼들이 단체부(성인), 일반부, 대학부, 신인부, 고등부, 중등부, 초등부(개인), 초등부(단체) 등 총 8개 부문으로 나뉘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겨룬다. 어린 소리 신동부터 원숙한 소리를 자랑하는 명창에 이르기까지 열띤 경합을 펼칠 예정이며, 뛰어난 역량을 선보인 입상자들에게는 국회의장상, 국무총리상,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등 권위 있는 상이 수여된다.
대회가 펼쳐지는 낙안읍성은 실제 100여 가구의 주민들이 초가집에서 텃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살아있는 민속마을이다. 흙담길을 따라 걸으며 감나무 끝에 매달린 주홍빛 감과 돌담 너머로 들려오는 애절하고 흥겨운 병창 소리를 마주하는 것은 오직 이 계절,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늦가을 남도 여행의 묘미다. 경연 관람과 더불어 성곽길 걷기, 천연염색, 판소리 체험 등 마을 안에서 즐기는 정겨운 전통 체험은 나들이객들에게 잊지 못할 가을 정취를 선물한다.
순천시 관계자는 “근대 가야금병창의 거목인 오태석 명인의 예술혼이 깃든 유서 깊은 낙안읍성에 전국의 국악 인재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력을 겨룬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느낀다”라며 “이번 경연이 우리 전통 가야금병창의 깊은 멋과 흥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전통 국악의 맥을 잇고 미래를 이끌 인재들을 키워내는 일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성벽 너머로 붉게 물드는 단풍과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시월의 마지막 주말, 옛 선조들의 숨결이 깃든 돌담길을 거닐며 구성진 가야금 가락에 취해보는 순천 낙안읍성 나들이는 늦가을 가슴 깊은 울림을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