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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서울

칸·베를린 화제작 34개국 116편 상영…종로 은막의 무지개 축제

제16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내달 5~11일 CGV 피카디리1958서 개막

김보라 기자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가을빛 짙어가는 서울 종로의 유서 깊은 극장 골목이 다채로운 사랑과 삶의 빛깔로 물든다. 전 세계 거장들의 찬사를 받은 화제작부터 한국 영화의 숨은 명작까지, 세상의 모든 경계를 허무는 특별한 은막 축제가 관객들을 찾아온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사진제공=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조직위
국내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영화 축제인 '제16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SIPFF)'가 다음 달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 서울 종로구 CGV 피카디리1958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국내외 우수한 퀴어영화를 엄선해 소개하며 연대와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알려온 이번 영화제는 올해 전 세계 34개국에서 초청된 총 116편의 다채로운 작품을 스크린에 올린다. 축제의 화려한 포문을 여는 개막작은 스페인의 감각적인 콤비 하비에르 암브로시와 하비에르 칼보 감독이 공동 연출한 '블랙 볼'이다. 스페인 내전의 격동기였던 1932년과 1937년, 그리고 현대인 2017년의 시공간을 교차하며 세 게이 남성의 운명적 삶을 치밀하게 엮어낸 수작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쥐며 전 세계 영화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세계 유수 영화제의 트로피를 휩쓴 걸작들을 만나는 '월드 프라이드' 섹션도 탄탄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뤼카스 돈트 감독의 신작 '겁쟁이'를 비롯해 선댄스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호평받은 '빅 걸스 돈트 크라이' 등 비아시아권의 독보적인 영화 미학을 스크린으로 마주할 수 있다. 새로운 시선과 패기를 보여주는 신인 감독들의 무대 '뉴 프라이드' 섹션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차지한 아비나시 비크람 샤 감독의 '안개 속의 코끼리'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성소수자 영화 최고 영예인 테디상 장편영화상을 거머쥔 이안 데라 로사 감독의 '이반 앤 하둠'이 관객과 만난다. 인권의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오픈 프라이드' 섹션은 올해 '트랜스젠더, 주인공이 되다'라는 선명한 주제 아래 4편의 작품을 집중 조명한다. 베를린영화제에서 배우 산드라 휠러에게 은곰상(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로즈'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한국 독립영화의 단단한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코리아 프라이드' 단편 경쟁 부문에서는 치열한 예선을 뚫고 올라온 20편의 본선 진출작이 상영돼 관객들의 투표와 심사를 기다린다. 오랜 필름의 숨결을 되살리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영상자료원과 손잡고 추진 중인 한국 퀴어영화 디지털 복원 사업을 통해 1990년대 한국 대중영화 속 성별 전복의 매력을 담아낸 한재승 감독의 '찜'(1998)과 이진석 감독의 '체인지'(1996)를 깔끔한 고화질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최초 공개한다. 이 밖에도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퀴어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13편의 작품을 엄선한 '프라이드 볼' 특별전과, 『한국퀴어영화사 2022-2025』 도서 출간을 기념하는 특별 상영 및 토크 프로그램 등 영화 팬들의 지적 갈증을 채워줄 부대행사가 풍성하게 마련된다. 백년 역사의 숨결이 깃든 종로 피카디리 극장 일대는 지하철 1·3·5호선 종로3가역과 곧바로 연결되어 있어, 영화 관람 전후 익선동 한옥마을의 아늑한 골목이나 서순라길 돌담길을 천천히 거닐며 늦가을 도심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어두운 상영관 안, 영사기 불빛을 타고 번지는 116편의 진솔한 고백들. 차가운 도심 속에서도 서로의 다름을 다정하게 감싸 안는 11월, 종로 피카디리 극장가로 발걸음을 옮겨 은막 위에 피어나는 찬란한 무지개빛 영화 여행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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