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지리산 맑은 바람과 섬진강 물줄기가 빚어낸 기름진 토양의 생명력이 정갈한 식탁 위에 그대로 피어났다. 구례군이 지난 24일 ‘2026 탄소중립 흙 살리기 박람회’의 핵심 특별 기획으로 선보인 ‘구례 미식회 SOIL TO TABLE’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건강하게 숨 쉬는 흙에서 자라난 지역 농특산물의 본래 가치를 오롯이 전하고, 흙에서 시작해 사람의 식탁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을 미식의 언어로 풀어내 미식 여행자들의 오감을 깊숙이 사로잡았다.
구례 미식회에서 나온 새청무 쌀과 제철 식재료로 정성스럽게 준비된 미식 요리 접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사진제공=구례군이번 미식회는 사전 신청을 통해 전국에서 모인 50명의 미식 참가자가 함께했다. 궂은 가을비로 실내로 자리를 옮겨 진행됐지만, 흙의 소중함과 식재료에 담긴 농부의 정성을 나누는 현장의 온기는 시종일관 뜨거웠다. 남도의 식문화를 연구해 온 ‘보타닉남도’ 식재료연구가와 손을 잡고 ‘구례사계(求禮四季)—구례의 흙과 자연, 사계절을 담다’라는 주제로 구례의 봄·여름·가을·겨울을 한 접시 한 접시에 정성스레 담아냈다.
미식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구례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맛보고 있는 모습.·사진제공=구례군식탁 위에 오른 메뉴들은 지리산 자락이 길러낸 식재료의 향연이었다. 찰진 식감과 윤기가 일품인 새청무 쌀로 빚고 지리산 품에서 자란 구례한우를 얹어낸 주먹밥이 첫 입부터 깊은 풍미를 안겼다. 여기에 새콤달콤한 남고매실과 아삭한 식감의 제철 태추단감을 감각적으로 버무린 일품요리, 자연 방사로 얻은 동물복지 유정란에 향긋한 토종 허브를 듬뿍 넣은 이탈리아식 오믈렛 프리타타가 차례로 미각을 일깨웠다. 가을걷이로 수확한 알밤과 토종 돌팥으로 만든 달콤한 디저트에 싱그러운 무화과 잎과 애플민트가 어우러진 수제 차는 식탁의 대미를 깔끔하게 장식했다.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자리를 넘어, 생산자의 땀과 토양의 생명력을 귀로 듣는 인문학적 식사였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은 요리가 바뀔 때마다 농부들이 비료 대신 미생물과 짚을 덮어가며 땅을 살려온 과정, 이른 봄 매화꽃이 피어 가을 단감으로 익어가기까지의 생태적 여정을 귀담아들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정직하게 일군 한 끼의 무게감을 오롯이 되새기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현장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평소 시장이나 밥상에서 무심코 대하던 구례 농산물이 셰프의 손길과 흙의 이야기를 만나 완전히 새로운 고급 요리로 태어난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음식을 씹을 때마다 지리산 흙을 묵묵히 일궈온 농부들의 거친 손길과 따뜻한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지리산 노고단과 피아골 단풍이 붉게 물들어가는 만추의 계절, 구례는 사성암의 기암괴석과 화엄사 숲길 등 수려한 풍광에 더해 로컬 식재료를 테마로 한 미식 여행지로도 존재감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장길선 구례군수는 “이번 미식회는 살아 숨 쉬는 흙에서 자란 우리 농산물이 얼마나 빼어난 맛과 생명력을 품고 있는지 새롭게 증명한 뜻깊은 마당이었다”며 “앞으로도 탄소중립을 향해 흙을 살리는 생태 농업을 굳건히 지키고, 이를 매력적인 로컬 미식 관광 콘텐츠와 엮어내 전국 여행자들의 발길을 구례의 밥상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정직한 땅이 건네는 가장 순수한 생명의 맛. 가을이 깊어가는 구례의 들녘은 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정성과 함께 가장 따스하고 풍요로운 맛의 기억을 선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