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초당 K-푸드로드, 모처럼 초당’ 축제의 공식 포스터로, 프로그램 일정과 내용을 안내한다.·사진제공=강릉시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고소한 콩 냄새가 골목 가득 번지는 강원도 강릉의 전통 맛길이 음식과 문화, 휴식이 깃든 체류형 문화 거리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는다. 강릉시가 10월 2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초당순두부길과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일원에서 오감을 깨우는 미식관광 프로그램 ‘2026 초당 K-푸드로드, 모처럼 초당’을 본격 가동한다. 밥 한 끼 먹고 서둘러 자리를 뜨던 스쳐 가는 관광지에서 벗어나, 울창한 솔숲의 솔향과 전통 음식의 깊이를 느긋하게 음미하며 하루를 온전히 머무는 가을 여행지로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이번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2026년 K-푸드로드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면서 첫 깃발을 올렸다. 강릉문화재단이 운영을 도맡아 3년간 국비와 지방비 등 총사업비 30억 원을 집중 투입해 초당동 일대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푸드 관광 거점으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다. 400여 년 전부터 깨끗한 동해 바닷물을 간수로 써서 빚어온 초당두부의 유서 깊은 음식 철학에 현대적인 문화 예술과 웰니스 치유 프로그램을 더해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채워 넣었다.
방문객을 맞는 프로그램들은 미식과 치유의 결합에 초점을 맞췄다. 소나무 숲길 사이로 잔잔한 선율이 흐르는 ‘초당 뮤직테라피’와 번잡한 일상을 내려놓고 무념무상의 여유를 즐기는 ‘무용(無用) 라운지’, 밤빛을 밝힌 솔숲을 거닐며 정취를 나누는 야간 프로그램 ‘초당 야화’가 가을 감성을 채운다.
소나무 숲에서 진행되는 축제 야간 프로그램 ‘초당 야화’의 모습, 방문객들이 솔숲에 앉아 휴식을 즐기고 있다.·사진제공=강릉시두부를 주제로 한 미식 체험 프로그램도 한층 감각적으로 진화했다. 초당두부의 유래와 전통 제조 과정을 한눈에 살펴보는 아카이빙 전시 ‘초당 15’를 비롯해 고소한 두부를 활용해 케이크와 푸딩을 직접 만들고 향긋한 전통차와 곁들여 맛보는 ‘초당 디저트 쿠킹클래스’가 색다른 손맛을 선사한다.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탐방 재미도 쏠쏠하다. 동네 숨은 명소를 찾아 도장을 찍는 QR 스탬프투어 ‘구석구석 초당’과 현지 이야기꾼의 안내를 받으며 고샅길을 걷는 ‘두리두리 초당’, 마을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상품과 가공식품을 선보이는 ‘TOFU 팝업스토어’가 곳곳에서 손님맞이에 나선다. 행사가 펼쳐지는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은 조선 시대 천재 남매 문인의 자취가 어린 고택과 곧게 뻗은 소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붉은 단풍나무가 솔숲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가을 산책길로도 더할 나위 없다.
축제의 성공을 위해 지역 사회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초당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초당두부보존회, 인근 골목 상인들이 공동 협력체를 구성해 축제 운영의 뼈대를 세웠다. 외지 관광객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골목 식당과 카페, 전통 공방 등 지역 상권으로 소비의 온기가 골고루 퍼져나가는 건강한 상생 생태계를 다져가겠다는 포부다.
배광식 강릉시 관광정책과장은 “초당순두부길이 단순한 먹거리 골목의 한계를 벗어나 음식과 고유한 역사, 푸른 자연 속 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머무는 거리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라며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초당이 품은 깊은 맛과 그윽한 솔향의 여유를 마음껏 누리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순두부 한 그릇의 든든함 뒤로 고즈넉한 솔숲 산책과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초당의 가을. 11월의 끝자락까지 이어지는 이번 미식 여정은 강릉을 찾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늦가을의 포근한 휴식을 선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