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고즈넉한 돌담길 너머로 황금빛 물결이 출렁인다. 수령 100년이 훌쩍 넘은 고목들을 품은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 충남 보령시 청라면 장현리 은행마을에서 오는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간 ‘제12회 은행마을 단풍 축제’가 열린다. 마을 둘레길 2km를 따라 늘어선 3천여 그루의 은행나무들이 일제히 노란 옷으로 갈아입으며 만추의 정취를 찾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보령시 청라면 은행마을·사진제공=보령시올해 축제는 ‘노랑마을이 진짜일까요?’라는 동화 같은 물음을 던지며 문을 연다. 축제의 중심 무대는 조선 후기 전통 한옥의 단아한 기품을 간직한 신경섭 가옥 일원이다. 충청남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고택 마당에는 수령 500년을 묵묵히 버텨온 거대한 은행나무와 100년 된 고목들이 처마 끝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어, 카메라만 들이대도 한 폭의 진경산수화 같은 풍경을 빚어낸다. 담장 아래로 소복이 쌓인 노란 잎사귀들은 흙마당을 푹신한 카펫으로 바꾸며 찾는 이들에게 깊은 서정성을 선사한다.
축제 기간 주말마다 마을 전역에서는 풍성한 문화 공연과 즐길 거리가 쉼 없이 이어진다. 특히 축제 둘째 주 주말인 다음 달 7일에는 신경섭 가옥 앞마당에서 출발해 마을 어귀를 흥겹게 울리는 농악 길놀이가 한판 펼쳐지며 축제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샛노란 은행나무 터널을 무대 삼아 펼쳐지는 이색 야외 패션쇼와 늦가을 밤의 서정을 채워줄 가을 낭만 음악회도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채비를 마쳤다.
체험 프로그램 역시 오감을 만족시키도록 알차게 꾸려졌다. 푹신한 흙의 감촉을 온몸으로 느끼는 황톳길 맨발 족욕 체험장에서는 바쁜 일상에 지친 심신을 보듬을 수 있고, 은행나무 잎이 흩날리는 마을 고샅길을 두 바퀴 자전거로 달리거나 덜컹거리는 은행기차를 타고 느긋하게 돌아보는 시간은 가족과 연인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한다. 마을 구석구석 숨겨진 명소를 탐방하는 '7스팟 스탬프 투어'를 완주하면 각종 유료 체험 프로그램 이용료 10%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장현리 은행마을은 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심고 가꿔온 은행나무 숲 덕분에 사계절 중 가을이면 전국에서 가장 따뜻하고 찬란한 빛깔을 뿜어내는 곳이다. 마을 입구의 정겨운 정자나무 그늘부터 폐교를 다듬어 예술 공간으로 거듭난 녹색농촌체험관까지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만나는 풍경들은 도심에서는 맛볼 수 없는 깊은 휴식을 안겨준다.
보령시 축제 관계자는 "청라 은행마을은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주민들의 삶과 은행나무가 함께 호흡하며 빚어낸 소중한 가을 유산"이라며 "황금빛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1월, 고풍스러운 한옥 처마 아래서 흩날리는 잎사귀를 맞으며 잊지 못할 늦가을의 낭만을 듬뿍 담아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바람 한 점에 노란 비가 쏟아져 내리는 보령의 가을. 자연이 빚어낸 가장 눈부신 황금빛 세상 속으로 떠나는 11월의 힐링 여행이 지금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