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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신안군

붉은 함초 밭 걸으며 소금창고 예술 만난다

신안 증도서 11월 4일부터 5일간 ‘보물섬 함초 축제’ 개최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태평염전 일원

김보라 기자
넓은 갯벌과 붉은 함초가 어우러진 풍경이 멀리서 보이는 산책로와 함께 펼쳐져 있는 장면
가을 햇살 아래 붉은 함초가 펼쳐진 신안 증도 갯벌의 전경,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태평염전 일원의 풍경이다.·사진제공=신안군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가을 햇살 아래 붉게 물든 염생식물이 드넓은 갯벌 위에 장관을 연출한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 신안군 증도에서 자연과 예술, 사람의 땀방울이 한데 어우러지는 ‘제3회 보물섬 함초 축제’가 오는 11월 4일부터 8일까지 닷새 동안 열린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태평염전 일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바다와 갯벌이 키워낸 붉은 융단 속에서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려는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올해 축제의 핵심 볼거리는 단연 첫선을 보이는 아트 프로젝트 '소금의 시간' 전시관이다. 과거 소금을 가득 채워 보관하던 태평염전 3공구의 9호, 10호, 11호 소금창고 세 동이 예술가들의 손길을 거쳐 매력적인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낡은 창고와 거친 소금 운반 도구마다 배어 있던 오랜 세월의 흔적이 현대 예술과 만나 소금 생산의 숭고한 역사와 노동의 가치를 담담하게 웅변한다. 세 동의 창고는 각각 '물의 시작', '삶의 시간', '안온한 안녕'이라는 고유한 주제를 품고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관을 잇는 산책로 역시 남다른 의미를 담아냈다. 염부들이 소금을 실어 나르며 수없이 발을 딛던 염전 판길의 폐목재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총길이 200m가 넘는 보행 동선을 완성했다. 삐걱거리는 나뭇결을 밟으며 걷는 길은 그 자체로 증도 주민들의 땀과 애환을 헤아려보는 특별한 시간 여행이 된다. 관람객들은 소금 향이 은은하게 밴 통로를 거닐며 갯벌의 생명력과 소금이 빚어낸 삶의 궤적을 오롯이 체감할 수 있다.
붉게 물든 함초 밭 사이로 놓인 나무 데크 산책로와 주변에 배치된 안내판, 파란 하늘 아래 평화로운 풍경
함초 자생지를 따라 조성된 나무 데크 산책로와 붉게 물든 함초 밭의 모습으로 축제장 산책로의 분위기를 보여준다.·사진제공=신안군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보물섬 함초 축제는 관 주도의 틀에 박힌 행사를 벗어나 지역 주민과 민간단체가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꾸려가는 '민간 주도형 생태문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소란스러운 먹거리 장터 대신, 생태계의 보고인 갯벌과 염생식물원의 본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바닷물을 머금고 자라 가을이면 짙은 다홍빛으로 타오르는 함초 자생지를 따라 거닐다 보면, 갯벌 특유의 고요함과 생명력이 전하는 편안한 위로를 마주하게 된다. 축제장 주변으로 이어지는 여행 동선도 알차다. 인근 소금박물관을 비롯해 증도의 명물인 짱뚱어다리를 걷거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청정 갯벌을 곁에 두고 느긋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여정이다. 신안군 축제 관계자는 "거친 바닷바람과 소금기를 견뎌내며 붉게 피어난 함초는 묵묵히 삶을 일궈온 섬사람들의 생명력을 빼닮았다"며 "도시의 분주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의 여유와 예술로 다시 태어난 소금창고의 온기를 흠뻑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느림의 미학이 깃든 섬, 신안 증도. 은빛 소금과 붉은빛 함초가 만들어내는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11월의 낭만을 가득 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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