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연애할 때는 가까운 곳을 찾았지만 신혼여행은 달랐다. 10명 중 8명은 시간과 돈이 더 들어도 먼 나라로 떠나고 싶다고 답했다. 부부 합산 신혼여행 예산을 800만원 이상 잡은 비율도 63%에 달했다. 유명 관광지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행보다 두 사람의 취향에 맞춰 오래 머물고 특별한 경험을 즐기려는 분위기가 뚜렷해졌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부킹닷컴이 가을 웨딩 시즌을 맞아 한국 신혼여행의 10대 트렌드를 공개했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이 향후 1년 안에 결혼할 계획이 있는 예비부부와 최근 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조사했다. 부킹닷컴이 국내에서 신혼여행만을 주제로 실시한 첫 소비자 조사다.
부킹닷컴, 한국 신혼여행 10대 트렌드 공개·사진제공=부킹닷컴결혼 전 자주 다녀온 곳은 국내(93%)와 동북아시아(57%)였다. 하지만 신혼여행 희망 지역의 첫손가락은 유럽(35%)이었다. 동남아시아(19%), 하와이·괌·사이판·몰디브(13%)가 뒤따랐다. 평소 쉽게 떠나기 어려웠던 곳을 결혼이라는 기회에 찾겠다는 마음이 반영된 선택이다.
시간도 넉넉하게 잡았다. 여행 기간은 2주 이내가 35%로 가장 많았고 10일 이내 30%, 7일 이내 22%였다. 긴 일정을 선택한 이유로는 '비교적 긴 휴가를 낼 수 있어서'(66%)가 앞섰다. 장거리 항공편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짧게 다녀오기 아깝다는 응답도 43%였다.
막상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서두르지 않으려 했다. 71%는 여러 도시를 바쁘게 옮겨 다니기보다 한두 지역에 오래 머물며 현지 생활을 경험하는 편을 택했다. 여성 응답자에서는 이 비율이 74%였다. 유명 관광지를 하루에 몇 곳이나 방문했는지보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겼다.
여행을 짜는 방법도 변했다. 73%가 이름난 럭셔리 허니문 코스 대신 부부의 취향과 관심사가 담긴 일정을 선호했다. 계획 중인 여행 방식은 100% 자유여행이 49%로 절반에 가까웠다. 맞춤형 프라이빗 패키지 18%, 현지 단품 투어 16%, 결합형 패키지 13% 순이었고, 단체 가이드가 동행하는 풀패키지는 4%에 그쳤다.
비용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74%가 신혼여행을 시간과 돈을 들일 만한 특별한 행사로 봤다. 항공권과 숙소, 식비를 합친 예산은 800만~1200만원 미만이 35%, 1200만~2000만원 미만이 21%, 2000만원 이상도 7%였다. 반면 500만원 미만은 11%에 머물렀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어디에 쓰느냐에는 우선순위가 있었다.
지출을 아끼지 않을 항목의 1위는 숙소(79%)였다. 식사와 미식 경험(53%), 항공권(48%)보다 높았다. 숙소로는 특급호텔(45%)과 럭셔리 리조트(34%)가 인기였지만 독립형 프라이빗 숙소(30%), 부티크호텔(28%), 현지형 숙소(27%)도 적지 않았다. 하루 종일 머물 방이 단순한 잠자리가 아닌 여행의 중요한 장면이 된 것이다.
여행지 선택에서는 휴양과 힐링(52%)이 가장 앞섰고 자연경관(37%), 비용·가성비(36%), 미식·음식문화(35%)가 뒤를 이었다. 막상 현지에서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을 묻자 답은 달라졌다. 미식 투어와 식도락 탐방이 51%로 1위였다. 아무 일정 없이 쉬기(30%), 프라이빗 해변·수영장 즐기기(29%), 도보로 도시 둘러보기(29%)도 선호했다.
사진을 남기는 일보다 직접 겪는 일에 더 마음이 움직였다. 76%는 자연경관과 음식, 웰니스, 현지 문화처럼 의미 있는 경험을 여행지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꼽았다. SNS에 올릴 특별한 사진과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45%였다. 부킹닷컴이 앞서 진행한 아태지역 여행 조사에서도 한국 응답자의 71%가 현지 음식과 의미 있는 경험을 중시했다.
쇼핑에서도 남들이 흔히 사는 기념품과 거리를 뒀다. 54%가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원했고 22%는 두 사람의 의미나 취향을 담은 물건을 택했다. 일반 관광 기념품이면 충분하다는 답은 13%, 명품·럭셔리 브랜드 제품 선호는 6%였다.
준비는 일찌감치 시작했다. 절반이 출발 6개월에서 1년 전부터 신혼여행을 계획했다. 정보는 네이버 블로그·카페(64%)와 SNS·영상 플랫폼(60%)에서 주로 찾았다. 친구와 가족의 추천(36%), 여행 앱(32%), 허니문 전문업체(30%)도 이용했다. 정보가 넘치는 만큼 광고성 후기에 가려 믿을 만한 내용을 찾기 어렵다는 응답도 31%였다.
설렘 뒤에는 고민이 있었다. 항공권과 숙소 가격 상승으로 예산이 부담스럽다는 답이 42%, 현지 날씨와 치안, 항공편 지연·취소 등 돌발 상황이 걱정된다는 답이 40%였다. 결혼 준비를 병행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31%였다. 긴 여행일수록 예약 조건과 취소 규정, 이동 동선을 미리 챙겨야 하는 이유다.
부킹닷컴 한국 및 오세아니아 지역 매니저 토드 레이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이번 신혼여행 소비자 조사를 통해 한국인에게 신혼여행은 ‘얼마나 화려한가’보다 ‘얼마나 우리다운가’가 중요한 여행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부킹닷컴은 예비부부들이 각자의 취향과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하고, 둘만의 특별한 여행을 보다 쉽게 계획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혼여행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남들이 추천하는 유명 코스를 따라가는 대신 두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마음에 드는 숙소에서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는 여행이다. 멀리 가더라도 바쁘지 않게, 큰돈을 쓰더라도 남의 취향이 아닌 우리 취향에 맞게. 특별한 신혼여행을 바라는 예비부부들의 선택이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