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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베트남 호이안 바우마우 야자숲
둥근 배는 서두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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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이안의 깜탄 마을. 물길 양옆으로 야자잎이 길게 몸을 기울인다. 대나무로 엮은 둥근 배, 퉁차이가 초록빛 물 위를 천천히 미끄러진다. 논라를 쓴 여행자들 사이로 붉은 깃발이 흔들리고, 노를 젓는 사람의 어깨에는 오랜 세월의 익숙함이 묻어난다.
베트남 깜탄에서 야자수 터널을 빠져나가는 둥근 배 퉁차이·© 최치선·트래블아이 배는 앞으로 가는데 마음은 자꾸 뒤를 돌아본다. 살아오면서 놓친 얼굴들,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 언젠가 하겠다며 미뤄 둔 작은 약속들. 우리는 먼 곳에 닿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오늘을 지나쳐 왔을까.
이 둥근 배에는 뾰족한 뱃머리가 없다. 먼저 가겠다고 물살을 가를 필요도 없다. 그저 누군가의 손이 노를 한 번 저으면 조금 나아가고, 잠시 멈추면 물결에 몸을 맡긴다. 생각해 보면 삶도 그 정도의 속도면 충분했을지 모른다.
한때는 뒤처지는 일이 두려웠다. 남보다 늦게 도착하면 내 몫의 행복마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러나 야자숲 깊숙이 들어갈수록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멀리 왔느냐가 아니라, 오는 길에 누구와 눈을 맞추었느냐는 것을.
언젠가 이 풍경을 잊게 되더라도 둥근 배가 남긴 잔물결은 마음 한쪽에서 오래 출렁일 것이다. 돌아갈 곳이 있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우리 삶은 충분히 먼 여행을 견딜 수 있다.
배는 물길 끝으로 사라졌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서둘러 다음 풍경으로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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