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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순천시

4만5천 명 홀린 낙안읍성의 600년 조선 풍경

'제31회 순천 낙안읍성 민속문화축제' 성황리 폐막

낙안 락페스타·군수 부임행렬·창극 등 오감 만족

서동휘 기자
[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초가지붕 위로 촉촉한 가을비가 내리는 돌담길 사이로 우렁찬 나팔 소리와 함께 조선의 행렬이 성큼 걸어 나왔다. 전남 순천시가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대한민국 대표 전통마을인 낙안읍성 일원에서 펼친 ‘제31회 순천 낙안읍성 민속문화축제’가 궂은 날씨 속에서도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낙안(樂安), 즐거움을 쌓고 세대를 잇다’를 주제로 내건 이번 축제에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틀 동안 무려 4만 5천여 명에 달하는 구름 인파가 몰려들었다. 흙담과 돌담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앉은 초가마을의 옛 정취 속에서 과거의 시간 속으로 흠뻑 빠져드는 특별한 가을 나들이를 만끽했다. 올해 축제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프로그램은 단연 새롭게 첫선을 보인 ‘낙안 락(樂)페스타’였다. 개막 첫날인 24일 무대에는 트로트 요정 홍지윤과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닌 2AM 이창민이 차례로 올라 빗줄기를 뚫고 쏟아지는 감동적인 열창으로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어 실력파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과 읍성 골목길 곳곳에서 불쑥 튀어나온 거리 버스킹이 더해져 축제장 전역에 흥겨운 가락이 끊이지 않았다. 살아 숨 쉬는 조선의 일상을 생생하게 재현해 낸 전통 프로그램들은 방문객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위풍당당하게 읍성 안으로 들어서는 ‘낙안군수 부임행렬’을 시작으로, 엄숙한 절도미를 뽐내는 수문장 교대식과 늠름한 자태의 기마장군 순라의식이 장관을 이뤘다.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전통무술 시연,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진 백중놀이와 선조들의 지혜를 엿보는 성곽 쌓기 체험도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왜구를 물리치고 낙안읍성을 축조한 영웅을 조명한 창극 ‘김빈길 장군’ 무대는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며 호평을 받았다.
비 오는 날 낙안읍성 돌길에서 조선시대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행렬을 하는 모습. 참가자들이 우산을 쓰거나 비를 맞으며 이동 중이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낙안읍성 일원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행렬이 가을 비를 맞으며 조선시대 분위기를 재현하고 있다.·사진제공=순천시
전통 복장과 갓을 쓴 여러 인물이 비가 오는 길을 우산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 주변에 행사 참가자와 관객들이 함께 있다.
낙안군수를 비롯한 전통 복장의 행렬 참가자들이 가을비를 맞으며 돌담길을 걷고 있다.·사진제공=순천시
전통 갑옷 차림의 장군이 붉은 장식이 달린 말을 타고 비가 오는 도로를 따라 행진하는 모습, 뒤에는 행사 참가자들이 길게 이어진다.
기마장군 순라의식 참가자가 전통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 성곽일대를 순행하는 장면.·사진제공=순천시
현장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웃고 즐기는 주민·관광객 참여형 민속놀이 판이 신명 나게 펼쳐졌다. 모래판 위에서 샅바를 잡고 팽팽한 힘을 겨룬 씨름대회와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낸 팔씨름대회, 흥겨운 노랫가락을 뽐낸 읍성 노래방 경연대회와 손에 땀을 쥐게 한 대형 윷놀이판에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세대를 넘어 한마음으로 어우러졌다. 쫄깃한 인절미를 직접 쳐보는 떡메치기 체험장과 지역의 손맛이 살아있는 향토 먹거리 장터,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선보인 플리마켓 역시 가족 단위 여행자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뤘다. 순천시는 축제 기간 예기치 못한 우천 상황에 대비해 철저한 현장 점검과 촘촘한 안전망을 가동했다. 성곽 둘레길과 미끄러운 흙길 등 위험 취약 구역마다 안전 관리 요원을 집중 배치하고 실시간 동선 관리를 펼쳐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무결점 안전 축제를 완성해 냈다. 낙안읍성지원사업소 관계자는 “궂은 빗속에서도 축제장을 찾아 소중한 추억을 함께 만들어주신 모든 방문객과, 안전사고 없는 모범 축제를 위해 헌신적으로 힘을 모아주신 낙안마을 주민과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도 선조들의 숭고한 전통 가치를 소중히 계승하면서 모든 세대가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역사문화 축제로 더욱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고즈넉한 온기를 품어온 600년 성곽 마을이 가을비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옛 추억을 선물했다. 흙담 너머로 피어나는 밥 짓는 연기처럼 따스한 정과 웃음이 가득했던 낙안읍성의 가을잔치는 세대와 세대를 잇는 다정한 쉼표로 가슴 깊이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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