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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기도 광주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돌아서는 길에도 물빛은 남는다

경기도 광주 중대물빛공원, 하루의 끝에서 만난 작은 위로

최치선 기자
호수와 그 옆에 핀 노란 꽃과 초록 나무들, 멀리 산이 보이는 중대물빛공원의 전경.
중대물빛공원의 잔잔한 호수와 푸른 산자락, 길가에 핀 꽃들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풍경.·© 최치선·트래블아이
경기도 광주 여행의 마지막 순서는 중대물빛공원이었다. 남한산성에서는 오래된 성벽의 시간을, 나눔의 집에서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기억을, 천진암에서는 깊은 침묵을 만났다. 서로 다른 무게를 마음에 담고 호숫가에 이르자 바람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이제는 천천히 걸어도 된다고. 물 위로 햇살이 잘게 부서졌다. 건너편 산은 연둣빛을 겹겹이 펼쳐 놓았고, 길가의 꽃들은 붉고 노란 빛으로 계절을 붙잡고 있었다. 하늘은 그 풍경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한참을 바라보니 호수가 풍경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부산한 생각들을 가라앉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원 잔디밭에 설치된 노란색 물결 모양 조각과 주변으로 분홍과 붉은 꽃들이 피어있는 모습.
중대물빛공원 산책로의 설치 예술과 다양한 색상의 꽃들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 최치선·트래블아이
그러나 길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양쪽 데크길이 공사 중이었고, 한참을 걸은 뒤에야 돌아가라는 안내를 만났다. 조금 일찍 알려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멈춰 선 자리에서 물결을 바라봤다. 아름다운 풍경과 여행자를 향한 배려는 다른 일이어서는 안 된다. 그 아쉬움마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의 일부가 되었다. 다시 발길을 돌리는데 바람이 같은 방향으로 따라왔다. 처음에는 멀리 가는 것이 여행인 줄 알았다. 낯선 곳을 많이 보고 오래 걸어야 잘 다녀온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가끔은 길이 멈춘 자리에서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물가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서두르지 않는 구름의 속도 같은 것들. 공원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호수를 돌아봤다. 물결은 방금 전과 다름없이 반짝였다. 하루 동안 만났던 무거운 시간도, 말없이 건넜던 길도 그 잔잔한 빛 속에서 조금씩 제자리를 찾는 듯했다. 여행이 끝나도 풍경은 남는다. 아니, 어쩌면 오래 남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그 앞에서 잠깐 달라졌던 우리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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