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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청양군

"쓱싹 벼 베고 탕탕 낟알 털고"… 황금들녘 물들인 청양의 옛 가을

농촌지도자청양군연합회, 화성면 물여울마을서 '전통 손 벼베기 행사' 성료

낫질·훌태·자리개질 완벽 재현… 들밥 먹고 탄소중립 교육까지 뜻깊은 하루

김보라 기자
밀짚모자와 흰옷을 입은 농촌지도자회원들이 황금빛 벼 사이에 서서 낫을 들고 있고, 배경에는 풍물단이 악기를 연주하며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청양군 화성면 물여울마을 들판에서 농촌지도자청양군연합회 회원들이 낫을 들고 전통 손 벼베기 행사를 재현하며 풍물단과 함께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제공=청양군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콤바인의 굉음 대신 사각사각 볏단을 가르는 낫질 소리와 흥겨운 풍물 가락이 청양의 가을 들판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누렇게 익은 벼 이삭이 물결치는 시골 마을 한가운데서 조상들의 지혜와 땀방울이 배어 있는 전통 수확 풍경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농촌지도자청양군연합회는 23일 청양군 화성면 화암리 물여울마을에서 지도자회원과 농업 관련 기관장, 농업인단체장 등이 모인 가운데 ‘전통 농경문화 계승 손 벼베기 행사’를 열었다. 최첨단 기계화 영농의 물결 속에서 점차 잊혀가는 옛 농경문화를 올곧게 재현해 흙과 땀의 가치를 되새기고, 한 해 동안 정성껏 일군 풍년 농사를 함께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하얀 작업복과 밀짚모자를 착용한 참가자들이 줄지어 서서 벼 단을 들고 배경에 행사 현수막과 산이 보이는 모습
전통 손 벼베기 행사 참가자들이 논 가운데 서서 벼 단을 들고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청양군
마당을 울리는 화성농악단의 신명 나는 식전 농악놀이로 잔치의 막이 올랐다. 괭과리와 북소리가 들녘에 퍼지자 밀짚모자를 눌러쓴 참가자들은 현대식 수확기계 대신 날카롭게 벼린 낫을 손에 쥐고 노랗게 물든 논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허리를 굽혀 볏단을 그러쥐고 낫으로 베어 넘길 때마다 알알이 영근 낟알들이 햇살 아래 눈부시게 반짝였다.
밀짚모자를 쓴 참가자가 노랗게 익은 벼를 낫으로 베면서 웃고 있는 모습과 주변의 논과 하늘 풍경
참가자들이 벼 단을 손에 들고 낫으로 벼를 베는 모습, 낟알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어 옛 농경문화를 생생히 보여준다.·사진제공=청양군
손 벼베기가 끝난 자리에는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전통 수동식 탈곡 방식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쇠살 사이에 벼 이삭을 끼워 당겨 낟알을 털어내는 옛 농기구 '훌태(홀태)'를 손수 당겨보고, 볏단을 굵은 통나무나 돌 위에 온 힘을 다해 내리쳐 낟알을 분리하는 '자리개질'을 선보이며 연신 구슬땀을 훔쳤다. 타작마당 특유의 털털거리는 소리와 메어치는 둔탁한 파열음이 울려 퍼질 때마다 지켜보던 주민들의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수확의 고단함을 달래던 옛 시골의 정취도 정겹게 재현됐다. 힘겨운 작업을 마친 이들은 논두렁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소박하지만 푸짐한 나물과 밥을 비벼 먹는 '들밥'을 나누며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을 다졌다. 오후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미래 농업의 길을 모색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농촌지도자회원들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토양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저탄소 농업 실천 과제 교육'이 2시간 동안 밀도 있게 진행됐다. 과거의 전통 노동 방식을 복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기후변화 위기에 맞서 저탄소 녹색 영농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현장에서 다진 셈이다. 이창영 농촌지도자청양군연합회장은 “쌀값 불안정과 유례없는 여름철 이상고온 등 잦은 기상재해를 이겨내고 거둔 결실이라 더욱 애틋하고 벅차다”며 “식량 안보의 근간인 벼농사의 소중함을 지키고, 조상들이 물려준 상부상조의 전통 농경문화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뜻깊은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계의 속도에 쫓기던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흙의 냄새와 땀의 무게를 오롯이 체감한 청양의 가을 들녘은 그 자체로 따뜻하고 풍성한 치유의 풍경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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