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을 거두어 가고 있네
하청호
가을볕이 초록을 거두어 가고 있네
도토리나무에서
밤나무에서
초록을 거두어 가고 있네
‘가을볕님, 조금만 있다
초록을 거두어 가면 안 돼요.‘
‘안돼, 초록을 거두어 가지 않으면
열매가 영글지 않아요.‘
산에서 들로 내려온 가을볕은
논과 밭에서도 서둘러
초록을 거두어 가고 있네
초록을 거두어 간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네.
- 『의자를 보면 서고 싶다『(연인M&B)
가을볕이 초록을 거둔 자리에 알록달록 단풍이 물들고 황금빛 들녘이 익어간다.·AI 활용 제작·트래블아이
*우리는 늘 초록이 그대로 있어 주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하청호 시인은 ‘초록을 거두어 가지 않으면 열매가 영글지 않’는다는 순리를 말해주고 있다. 채워야 할 때가 있고 비워야 할 때가 있다는 순리를 말이다. 이 동시 한 편이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는 이치를 넌지시 짚어준다. 하청호 동시의 특징은 독자의 정신을 사유의 세계에로까지 끌어올려 준다. 그러면서도 그의 동시들은 어디까지나 동심과 맞닿아 있다.
-미니 해설/신새별(동시인, 自由文學 발행인)
하청호
1943. 경북 영천 출생
1972.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73.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76. ‘현대시학’ 시 추천완료.
동시집 『동시가 맛있다면 셰프들이 화를 낼까』, 『내 입속에는 휘파람새가 산다』 외.
세종아동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윤석중문학상, 한국문학상 외 수상.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현재 대구문학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