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오징어의 섬 울릉도가 새로운 바다의 맛을 키운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릉군이 지역 주민들에게 친숙한 향토 어종 ‘메바리’를 차세대 특산물로 선택했다. 깊은 바다에서 잡아 올리면 쉽게 죽어 활어로 맛보기 어려웠던 불볼락을 직접 양식해 울릉도의 새로운 별미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경북 울릉군과 경상북도 수산자원연구원이 울릉 해역 특화 수산양식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불볼락 인공종자 공급 및 시범양식 업무협약식을 진행하는 장면.·사진제공=울릉군경북 울릉군은 지난 19일 군청에서 경상북도 수산자원연구원과 ‘불볼락 인공종자 공급 및 시범양식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일 현포항 수산종묘배양장과 해상가두리 시설에 불볼락 치어 5만 마리를 입식했다.
불볼락 인공종자 공급 및 시범양식 업무협약식에서 두 대표자가 협약서를 들어 보이며 기념 촬영하는 모습.·사진제공=울릉군이번 사업은 기후변화와 오징어 어획량 급감에 대응해 지역 수산업의 새로운 소득원을 확보하고, 울릉도를 대표할 고부가가치 수산물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불볼락은 울릉도에서 ‘메바리’, 동해안에서는 ‘열기’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어종이다. 주로 수심 30\~150m의 암초나 인공어초 주변에 무리를 지어 서식하며 쫄깃한 육질과 깊은 감칠맛이 특징이다. 울릉도에서는 오래전부터 오징어와 함께 주민들의 식탁에 오르던 대표적인 수산물이다.
하지만 맛에 비해 활어로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깊은 바다에서 수면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수압 변화로 부레가 팽창하는 감압 충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로 구이나 매운탕, 건어물 등으로 소비돼 왔다.
울릉군이 선택한 해법은 인공종자를 활용한 양식이다. 어린 불볼락을 육상 수조와 해상가두리에서 길러 자연산 어획에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양식 기술 확보에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경상북도 수산자원연구원은 올해 국내 최초로 불볼락 대량 종자생산에 성공했다. 지난 2월과 4월 확보한 성어 100여 마리를 관리하며 인공적인 환경에서 출산을 유도했고, 약 5개월간 사육 조건을 연구해 몸길이 9㎝ 안팎의 어린 불볼락 7만 마리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5만 마리가 울릉도 현포항으로 옮겨졌다. 울릉군은 내년까지 성장 속도와 생존율, 사료 효율, 질병 발생 여부 등을 조사해 상업적 양식 가능성을 검증한다. 경북도와 함께 울릉 해역에 적합한 사육 기술과 경제성 확보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관광산업과의 연계도 추진한다. 양식이 성공하면 지역 횟집과 식당에 신선한 불볼락 활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자연산 어획 상황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울릉도 고유의 맛을 경험할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울릉군은 장기적으로 불볼락을 지역 대표 수산 브랜드로 육성하고, 향토음식과 해양체험, 지역축제 등을 연결한 미식 관광상품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지역 어업인의 소득 증대는 물론 음식점과 관광업계의 소비 활성화까지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기후변화와 오징어 어획량 감소로 지역 어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새로운 소득원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며 “불볼락 양식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지역 어업인에게는 새로운 소득 기반을, 관광객에게는 차별화된 울릉도의 미식자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징어와 독특한 향토음식으로 이름난 울릉도의 식탁에 또 하나의 변화가 시작됐다. 현포항에 입식된 어린 메바리 5만 마리가 성공적으로 성장한다면 울릉도 여행의 즐거움에 새로운 맛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