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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세종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세종 대통령기록관

대통령의 이름은 떠나고, 기록은 남는다

최치선 기자
세종의 푸른 하늘 아래 거대한 유리 건물이 서 있다. 햇빛을 머금은 마름모꼴 유리벽은 하늘을 비추고, 촘촘하게 교차한 철골은 시간을 붙잡아 놓은 듯하다. 대통령기록관이다. 건물 앞 잔디밭에 새겨진 다섯 글자가 유난히 묵직하다. 이곳에는 한때 대한민국을 움직였던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권력은 떠났지만 기록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통령기록관 풍경
대통령기록관 풍경·© 최치선·트래블아이
안으로 들어서면 실제와 유사하게 재현한 대통령 접견실이 발길을 붙잡는다. 정갈하게 놓인 소파와 테이블, 한쪽에 선 태극기. 수많은 뉴스 화면에서 보았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누군가는 저 자리에 앉아 나라의 미래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악수를 나누고 미소를 지었지만, 그 순간의 마음까지 기록할 수 있었을까. 전시실에는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와 시대를 건너온 문서들이 기다린다. 1988년 서울올림픽 대책 보고서, 금융실명제 공포문, 새천년 연설문. 이제는 역사가 된 종이 위에 당시의 긴장과 결단이 배어 있다. 빛바랜 문서 앞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한 사람의 서명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한 시대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했으리라. 2층 '대통령의 선물' 전시실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건너온 외교 선물이 놓여 있다. 화려한 공예품과 낯선 문양 속에는 국경을 넘어 오간 만남의 시간이 숨 쉬고 있다. 작은 선물 하나에도 말로 다 전하지 못한 외교의 마음이 깃들어 있을 터다. 기록관을 나서며 다시 유리벽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처음과 다르지 않은데 마음은 조금 무거워졌다. 대통령의 얼굴은 바뀌고 시대의 구호도 사라진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선택의 결과는 국민의 삶 속에 오래 머문다. 역사는 위대한 사람의 이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시대를 견디며 살아낸 평범한 사람들의 시간이 더해져 비로소 역사가 된다. 기록은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늘의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시간을 남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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