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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포천시

풀잎 하나로 울린 가을 선율… 잔디밭 달군 포천의 소리

태봉공원 수놓은 '시월애, 전통애'

포천메나리부터 고교생 농악반 합주까지 신명 한마당

김보라 기자
야외 잔디광장에 '시월애 전통애'라는 배너를 앞에 두고 여러 사람이 줄지어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포천시 무형유산 통합정기공연 '시월愛, 전통愛' 행사 참가자들이 태봉공원 잔디광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포천시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초록빛 잔디마당 위로 맑고 투명한 풀피리 소리가 퍼져 나가자 오가던 나들이객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흙냄새 짙은 전통 노동요의 투박한 울림과 꽹과리의 신명 나는 장단이 한데 어우러지며, 가을빛으로 물든 도심 공원을 우리 가락의 흥으로 가득 채웠다. 포천시는 지난 17일 소흘읍 태봉공원 두런두런센터 잔디광장에서 ‘2026년 포천시 무형유산 통합정기공연 시월애(愛), 전통애(愛)’를 열고 시민과 여행자들에게 지역 전통문화의 진수를 선보였다. 선선한 가을 날씨 속에 펼쳐진 이번 무대는 시민들이 박물관이나 전수관에 갇혀 있던 무형유산을 도심 속 열린 공간에서 친근하게 접하고, 세대를 잇는 전통의 가치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공연의 문은 포천시립민속예술단이 활짝 열었다. 화려한 한복을 차려입은 단원들이 잔디광장을 둥글게 감싸며 펼친 역동적인 강강술래는 현장의 공기를 단숨에 달궜다. 손에 손을 맞잡고 풀어내는 군무에 객석의 어르신과 아이들도 어깨춤을 들썩이며 축제의 시작을 반겼다.
잔디광장 무대 앞에서 전통 한복을 입은 여러 명의 공연자가 나란히 서서 풀피리를 부는 모습과 공연 준비 장비가 보이는 장면
포천시립민속예술단 단원들이 태봉공원 잔디광장에서 전통 한복을 입고 '강강술래'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제공=포천시
이어 무대에 오른 경기도 무형유산 '포천메나리'는 선조들이 논을 매며 고된 농사일을 달래던 애환과 공동체 정신을 절절한 노랫가락으로 전했다. 가산면 일대에서 맥을 이어온 포천메나리는 투박하면서도 묵직한 힘을 지녀, 현장을 찾은 이들에게 옛 농촌 들녘의 활기찬 풍경을 눈앞에 그려내듯 생생한 감동을 안겼다. 한 장의 나뭇잎으로 믿기 힘든 맑은 곡조를 뿜어내는 '풀피리(초적)' 무대는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바람을 머금은 얇은 풀잎에서 흘러나오는 서정적이면서도 청아한 가락은 태봉공원의 숲길과 푸른 잔디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가을날의 운치를 더했다. 이날 공연의 대미는 포천시 향토유산인 '포천가노농악'이 장식했다. 꽹과리와 징, 장구, 북이 빚어내는 폭발적인 타악 소리와 함께 상모를 돌리며 대열을 맞추는 박진감 넘치는 진풀이가 펼쳐지자 관람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특히 이번 무대에는 포천일고등학교 농악반 학생들이 전수자들과 함께 상모를 휘날리며 합주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어른들의 손을 거쳐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전통의 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현장은 지역 문화유산 전승의 값진 의미를 증명해 보였다. 무대가 꾸려진 태봉공원은 호수와 숲길,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평소에도 주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명소다. 주말을 맞아 공원을 찾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돗자리를 펴고 앉아 전통 가락을 배경음악 삼아 가을 소풍을 즐겼다. 포천시 관계자는 “우리 지역의 무형유산은 굴곡진 세월 속에서도 선조들의 삶과 숨결을 고스란히 품어온 귀중한 보물”이라며 “앞으로도 도심 속 야외 정기공연과 체계적인 청소년 전승 교육을 확대해, 우리 전통의 멋과 가치가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오래도록 생명력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 시월, 포천의 드넓은 공원을 울린 우리 가락의 깊은 울림은 잊혀가는 옛 문화를 되살리고 시민들의 마음에 따뜻한 고향의 정취를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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