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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호주

야생이 숨 쉬는 호주 생태 기행...숲속 캥거루부터 바다 위 고래까지

세계 캥거루의 날 맞이 특선… 육·해·공 야생동물과 교감하는 대자연 명소 6곳

김보라 기자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도심의 소음이 잦아든 자리, 숲속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면 짙은 갈색 털을 지닌 야생 캥거루가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붉은 흙먼지가 날리는 광활한 아웃백부터 원시의 숨결을 간직한 열대우림, 남극해의 차가운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 절벽까지. 호주는 대자연 그 자체가 거대한 울타리 없는 동물원이다. 매년 10월 24일은 호주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생태계의 핵심인 캥거루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캥거루의 날’이다. 이 특별한 날을 맞아 호주 대륙의 다채로운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야생동물들과 눈을 맞추고 교감할 수 있는 청정 생태 여행지 6곳을 엄선했다.
캥거루아일랜드-남호주
캥거루아일랜드-남호주·사진제공=호주관광청
단단한 체구의 토종을 만나다… 남호주 캥거루 아일랜드 호주 남부의 캥거루 아일랜드는 이름 그대로 야생동물의 지상낙원이다. 이곳에서는 호주 본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고유 아종인 ‘캥거루 아일랜드 캥거루’가 서식한다. 본토의 서부회색캥거루에 비해 몸집이 한층 다부지고 짙은 초콜릿빛 털을 지니고 있어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을 뿜어낸다. 섬 곳곳의 원시림과 해안가 초원에는 캥거루뿐 아니라 왈라비, 야생 코알라, 바다사자 등이 평화롭게 어우러져 살아간다. 전문 생태 가이드가 이끄는 투어에 참여하면 숲길 바닥에 찍힌 발자국과 나뭇가지의 흔적, 희미한 울음소리를 나침반 삼아 동물들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고 조심스레 뒤를 밟아볼 수 있다. 울창한 유칼립투스 숲 한가운데 자리한 캠프에서 호주식 바비큐 점심을 즐긴 뒤,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을 둘러보는 여정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식을 온몸으로 일깨워준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태고의 신비… 퀸즐랜드 케언즈 호주 북동부 케언즈 인근의 애서튼 테이블랜즈는 수억 년 전의 원시림을 고스란히 품은 세계자연유산의 고장이다. 맑은 계곡물과 빽빽한 우림이 얽혀 있는 이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포유류 중 하나인 야생 오리너구리의 서식처다. 오리너구리는 물속의 미세한 전류를 감지해 먹이를 찾는 예민한 습성 탓에 이른 새벽이나 해 질 녘 고요한 물가에서만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낸다.
숲가의 물가에서 사람들이 조심스레 야생 오리너구리를 관찰하는 장면.
맑은 계곡물과 우림이 어우러진 애서튼 테이블랜즈에서 야생 오리너구리를 관찰하는 모습.·사진제공=호주관광청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바린 호수 주변을 거닐며 숨죽인 채 잔잔한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기포와 오리너구리의 물갈퀴질을 기다리는 순간은 잊지 못할 긴장과 설렘을 선사한다. 해가 완전히 저물면 현지 식재료로 차려낸 만찬을 즐긴 뒤 숲속 야행성 동물들을 찾아 나선다. 웅장한 커튼 피그 나무 주위에서 박쥐와 포섬의 바스락거림에 귀를 기울이다 고개를 들면, 칠흑 같은 밤하늘에 쏟아질 듯 펼쳐진 남십자자리와 은하수가 황홀경을 이룬다. 파도를 뚫고 집으로 뒤뚱뒤뚱… 태즈메이니아 비체노 호주 최남단 섬 태즈메이니아의 동부 해안 마을 비체노의 밤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들의 귀갓길로 분주해진다. 키가 고작 30cm 남짓에 불과한 ‘리틀 펭귄(요정 펭귄)’들이 그 주인공이다. 푸른빛이 감도는 깃털을 뽐내는 이들은 낮 동안 거친 남극해 바다에서 쉼 없이 물고기를 사냥한 뒤, 천적의 눈을 피해 어스름이 깔리는 황혼 무렵 해안가 모래언덕의 둥지로 돌아온다. 비체노의 펭귄 관찰지는 과거 황폐했던 농경지를 주민과 환경단체가 힘을 모아 30여 년간 헌신적으로 복원해낸 생태적 공간이다. 펭귄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특수 설계된 붉은빛 조명 아래에서, 젖은 날개를 털며 짧은 다리로 종종걸음을 치는 펭귄 무리를 약 500m 구간에 걸쳐 관찰할 수 있다. 플래시 없이 숨죽여 담아내는 펭귄들의 사랑스러운 귀갓길은 긴 여운을 남긴다.
어두운 붉은 조명 아래 모래와 바위 위에 모여 있는 작은 펭귄 여러 마리.
어스름한 붉은 조명 아래 펭귄 무리가 해안가 모래언덕 둥지로 돌아오는 모습.·사진제공=호주관광청
푸른 바다 가르는 거대한 포효… 서호주 던스보로 서호주 남서부 던스보로 앞바다의 지오그라프 베이는 매년 8월부터 11월 사이 거대한 생명의 이동 경로가 된다. 남극의 차가운 바다로 회유하는 혹등고래 떼가 잔잔하고 따뜻한 이 만을 찾아와 긴 항해에 지친 몸을 뉘고 새끼를 돌본다. 해양생물학자가 동승하는 탐사선을 타고 바다로 나아가면, 수십 톤에 달하는 혹등고래가 수면 위로 거대한 몸체를 솟구치는 브리칭과 거대한 꼬리지느러미로 수면을 내리치는 압도적인 장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뿜어져 나오는 숨결의 물보라와 함께 웅장한 자연의 울림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으며, 운이 닿으면 남방긴수염고래나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인 흰긴수염고래의 유영까지 마주하는 경이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다.
바다 위 가까이에서 거대한 혹등고래가 수면을 뛰어오르며 탐사선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모습.
던스보로 앞바다에서 혹등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장관과 탐사선에 탄 관광객들.·사진제공=호주관광청
원시림의 맑은 지저귐과 생태 보전… 빅토리아 이스트 깁스랜드 빅토리아주 동부에 펼쳐진 이스트 깁스랜드는 굽이치는 강과 호수, 울창한 원시림이 해안선과 맞닿은 야생 조류의 보고다. 선명한 노란 꼬리 깃털을 뽐내는 노란꼬리검은앵무와 붉은 볏이 인상적인 강강유황앵무 등 호주 특유의 화려한 코카투들이 숲속을 날아다닌다. 시야가 탁 트인 초원에 들어서면 호주 국장에 새겨진 날지 못하는 거대 조류 에뮤가 당당한 걸음걸이로 평원을 가로지르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숲에서 날아다니는 하얀색 코카투들과 초원 위를 걷는 큰 에무가 보이는 자연 풍경.
빅토리아 이스트 깁스랜드의 숲 속을 나는 코카투와 평지를 걷는 에뮤 모습.·사진제공=호주관광청
이곳의 탐방 프로그램은 단순한 동물 관찰에 그치지 않고 환경 보호 활동을 함께 엮어낸 것이 특징이다. 여행자들은 전문 가이드와 함께 숲과 해변을 거닐며 조류의 생태를 관찰하는 동시에, 해안가로 밀려온 폐어망을 수거하거나 외래 식물을 솎아내는 자연 정화 작업에 직접 손을 보탠다. 소규모로 진행되는 이 지속 가능한 여정은 자연을 그저 소비하는 대상이 아닌, 함께 보살펴야 할 소중한 터전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유칼립투스 그늘 아래의 달콤한 낮잠… 남호주 포트 링컨 남호주 에어 반도 끝자락에 자리 잡은 포트 링컨은 거친 해안 절벽과 에메랄드빛 바다, 광활한 은빛 모래언덕이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청정 해역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참치와 굴로 유명해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은, 호주를 상징하는 귀여움의 대명사 코알라의 주 서식지이기도 하다. 코알라는 소화가 더딘 유칼립투스 잎의 특성상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하루 18시간에서 22시간 가까이 잠을 잔다. 링컨 국립공원의 유칼립투스 숲길을 걷다 나뭇가지 틈새에 동그랗게 몸을 웅크린 채 곤히 잠든 코알라를 발견하는 순간은 여행자들에게 더없는 힐링을 선사한다. 사륜구동 차량을 타고 모래언덕을 질주하는 짜릿한 모험을 즐긴 뒤, 현지 어부들이 갓 건져 올린 해산물 만찬과 와인 한잔을 곁들이며 낮잠 자는 코알라를 바라보는 여유는 남호주 여행의 정점이다.
나뭇가지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졸고 있는 귀여운 코알라의 클로즈업 사진.
포트 링컨 유칼립투스 나무에 앉아 낮잠을 자는 코알라 모습.·사진제공=호주관광청
호주관광청 관계자는 “호주의 야생동물들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오랜 세월 대자연과 호흡하며 보존해온 소중한 지구의 유산”이라며 “세계 캥거루의 날을 계기로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존중하고 자연의 순리를 가까이서 체험하는 성숙한 생태 여행의 매력을 많은 여행자가 느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태초의 순수함을 간직한 호주의 숲과 바다. 그곳에서 만나는 야생동물들의 눈빛은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경이로움을 조용히 속삭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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