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단상 위를 메우던 길고 지루한 내빈 축사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강원도 원주시가 오는 23일 막을 올리는 ‘2026 원주만두축제’에서 관행처럼 굳어졌던 의전 행사를 과감히 걷어내고, 축제의 주도권을 온전히 시민과 여행자들에게 넘겨준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개막식의 파격적인 변신이다. 그동안 지역 축제의 단골 풍경이었던 주요 인사들의 개회사, 장황한 축사, 줄줄이 이어지던 내빈 소개를 대부분 덜어냈다. 형식적인 절차에 소모되던 시간을 최소화해 방문객들이 축제 본연의 맛과 흥을 더 길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다.
원주만두축제 개막식 낙화놀이·사진제공=원주시축제의 문을 여는 개막선언도 남다르다. 몇몇 내빈만 무대에 올라 버튼을 누르던 낡은 틀을 깨고, 현장에 모인 시민과 여행객들이 다 함께 손을 맞잡고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합창형 선언으로 진행된다. 관람석에서 박수만 치던 구경꾼이 아니라, 축제를 함께 완성하는 진정한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셈이다.
개막 첫날 밤의 대미는 전통 불꽃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원주천 낙화놀이’가 장식한다. 시민들이 한 줄 한 줄 정성스레 적어 올린 소원지 사이로 새빨간 숯가루 불꽃이 빗물처럼 원주천 수면 위로 쏟아지며 가을밤을 붉게 물들인다.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불꽃과 잔잔한 물결이 어우러지며 도심 한가운데서 보기 드문 서정적인 야경을 선사할 예정이다.
원주만두축제 개막식 낙화놀이·사진제공=원주시축제장 곳곳에 차려지는 먹거리 공간에서는 원주 중앙시장과 도심 골목에서 오랜 세월 손맛을 지켜온 전통 김치만두부터 고기만두, 이색 퓨전 만두까지 전국의 내로라하는 만두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스타 셰프 정지선의 현장 쿠킹쇼를 비롯해 만두 빚기 경연, 버스킹 공연 등 세대 구분 없이 누구나 어우러질 수 있는 체험 행사들이 축제 기간 내내 골목골목을 채운다.
현장 준비에 나선 원주시 관계자는 “축제의 진짜 주인은 무대 위 내빈이 아니라 현장을 찾아준 시민과 여행객들”이라며 “형식적인 의전의 거품을 빼고 그 자리를 따뜻한 만두 한 점의 온기와 알찬 즐길 거리로 가득 채웠다”고 전했다.
2026 원주만두축제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원주천(새벽시장)과 중앙동 문화의거리 일원에서 열린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갓 쪄낸 만두 한 판의 온기를 나누며, 소박하지만 묵직한 지역의 인심을 만끽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