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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전남 구례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봄을 헤매는 길, 구례 산수유 미로공원에서

최치선 기자
봄의 전령사를 가장 먼저 마주하고 싶어 지리산 자락 구례 산동면 산수유마을을 찾았다. 매년 3월 중순이면 온 마을이 샛노란 산수유 구름을 덮어쓰고 화려한 봄의 서막을 알리는 곳이다.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 초순, 산수유꽃은 아직 겨우내 품어온 꽃망울을 30% 남짓 터뜨린 채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구례 산수유 미로공원 풍경
구례 산수유 미로공원 풍경·© 최치선·트래블아이
전망대에 올라서니 만개하지 않은 아쉬움을 달래듯 대지 위에 정교하게 새겨진 미로공원이 한눈에 펼쳐진다. 지리산 능선이 병풍처럼 감싸 안은 분지 아래, 돌담과 나무를 촘촘히 엮어 만든 미로 길은 마치 거대한 꽃잎의 지문을 새겨놓은 듯하다. 하얀 자갈이 깔린 길목 사이로 아직 갈색빛을 띤 어린 측백나무들이 오밀조밀 선을 긋고, 군데군데 붉은빛 하트 조형물이 봄을 부르는 신호처럼 선명하게 반짝인다. 돌을 켜켜이 쌓아 올린 둥근 석벽 미로와 나무 정자는 길을 잃은 이에게 잠시 쉬어가라며 다정한 그늘을 내어준다. 굽이치는 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천천히 걸음을 늦추고 있었다. 꽃이 다 피지 않았다고 해서 봄이 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출구를 찾으려 애쓰기보다 굽이진 길목마다 멈춰 서서 서로의 손을 꼭 쥐는 가족과 연인들의 얼굴엔 이미 봄볕 같은 미소가 가득했다.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리저리 막히고 돌아가는 미로 안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헤매는 시간조차 다정한 쉼표가 될 수 있음을 배운다. 서두르지 않아도 계절은 기어이 오고, 길을 잃어도 괜찮은 구례의 봄날이다.
#구례여행#구례 화엄사#산수유마을#최치선의 포토에세이#미로공원#봄의 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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