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간이침대에 기대어 숨을 고르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한 예술가의 처절하고도 숭고한 기도가 캔버스 위에 꽃으로 피어난다. 자신의 온 삶과 육신을 기꺼이 예술의 도구로 바치며 영혼의 상처를 어루만져 온 영매화의 독보적 작가 김미경이 올가을 가장 깊은 울림의 고백을 전한다.
‘영혼을 달금질하는 영매화(靈梅花)’로 화단의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김미경 작가가 오는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서울 동대문구청 아트갤러리에서 개인전 ‘헌시(獻詩) - 마음을 다하여 정성을 다하여’를 개최한다.
헌시 포스터·사진=김미경김미경 작가가 천착해 온 ‘영매화’는 보이지 않는 인간 내면의 영혼과 우주의 생명 에너지를 화폭에 연결하고 조율하는 치유의 예술이다. 매화가 한겨울 혹한과 눈보라를 견뎌낸 뒤에야 비로소 가장 맑고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듯, 작가는 자신의 육체적 고통과 삶의 시련을 예술적 승화의 거름으로 삼아 생명력 넘치는 붓질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는 힘겨운 현실과 병마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놓지 않고 정성을 다해 빚어낸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자리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누웠다 앉았다 또다시 눕기를 반복하며 힘을 내야지 다짐한다”며 “지금 처해 있는 현실 앞에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한 희생을 바탕으로 쓴 글들이 짧은 기간이지만 깊은 울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환우 옆 간이침대에 누워 가만히 기도해 본다”고 고백했다. 병상의 고단함 속에서도 타인의 아픔을 먼저 보듬으려는 작가의 묵직한 진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화폭 위를 유려하게 흐르는 색채와 선들은 작가가 온몸으로 밀고 나간 치열한 기도이자 헌신이다. “나의 삶과 내 몸이 그림의 도구가 된다는 것은 신이 내게 준 가장 큰 축복이자 사랑”이라는 그의 예술 철학처럼, 작품 하나하나는 단순한 시각적 감상을 넘어 삶에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위로의 메아리로 다가온다.
전시가 열리는 동대문구청 아트갤러리는 지역 주민과 서울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수준 높은 시각예술을 자연스럽게 향유할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이다. 번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관람객들은 작가의 땀과 눈물, 그리고 영혼의 정수가 응축된 영매화의 묵직한 에너지를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문화계 관계자는 “김미경 작가의 영매화는 고난 속에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사랑과 치유의 에너지를 품고 있다”며 “생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건져 올린 작가의 진솔한 예술혼이 관람객 각자의 마음에 따뜻한 위안과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11월, 자신의 상처를 태워 세상을 비추는 등불처럼 빚어낸 김미경 작가의 화폭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감동적인 헌시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써 내려간 예술가의 기도가 머무는 동대문구청 아트갤러리에서, 영혼을 따스하게 데워줄 진정한 치유의 순간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