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커피축제 입구와 마스코트 캐릭터, 방문객이 모여 있는 축제 시작 현장 사진.·사진제공=강릉시
[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솔바람에 실려 오는 구수한 빵 굽는 내음과 얼큰한 장칼국수 국물,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초당두부의 담백함, 그리고 푸른 파도 끝자락에 감도는 짙은 원두 향까지. 시원한 가을 바다를 품은 강릉이 10월 한 달 내내 대한민국에서 가장 풍성하고 달콤한 미식의 도시로 변신한다.
사진제공=강릉시
사진제공=강릉시강릉시가 10월 한 달 동안 지역의 대표적인 향토 식문화와 천혜의 관광자원을 하나로 엮어낸 다채로운 릴레이 미식 축제를 선보이며 전국 식도락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9일 문을 연 베이커리 축제를 시작으로 국수, 초당두부, 커피로 바통을 이어받는 이번 축제는 도심 속 한옥마을부터 구도심 골목길, 그리고 백사장이 펼쳐진 해변까지 강릉 전역을 거대한 맛의 무대로 탈바꿈시킨다.
단순히 먹거리를 사고파는 상업적 장터를 넘어,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 청년 셰프, 예술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로컬의 맛과 삶의 문화를 오롯이 풀어내는 체류형 축제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가을의 절정으로 치닫는 10월, 강릉의 오감을 깨우는 4대 미식 축제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고즈넉한 한옥에서 만나는 달콤한 빵내음, ‘빵굽는 마을, 오죽’
미식 대장정의 첫 테이프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강릉오죽한옥마을에서 열린 제2회 ‘빵굽는 마을, 오죽’이 끊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숨결이 깃든 고즈넉한 한옥 처마 아래로 고소한 버터 향기가 가득 들어찼다.
강릉 오죽한옥마을에서 열리는 2026 제2회 빵굽는 마을 오죽 축제 홍보 포스터.·사진제공=강릉시이번 행사에는 강릉 곳곳에 숨어 있는 실력파 제과·제빵 명가 58곳이 총출동했다. 강릉 쌀, 감자, 곶감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독창적인 레시피를 뽐낸 ‘시그니처 빵 어워즈’는 빵 마니아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빵 장인들의 현장 베이킹쇼와 전문 클래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직접 반죽을 빚고 구워보는 베이커리 체험까지 어우러져 전통 한옥마을을 가장 트렌디한 디저트 성지로 탈바꿈시켰다.
후루룩 넘기는 강릉의 삶과 면 요리, 제5회 ‘강릉 국수 축제’
이어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월화거리 일원에서는 제5회 ‘강릉 국수 축제’가 열기를 뿜어낸다. 옛 철길 터를 따라 조성된 도심 힐링 공간 월화거리(구 한전~월화교)가 거대한 면 요리 거리로 변신한다. 기존의 ‘강릉 누들 축제’에서 보다 친근하고 직관적인 ‘국수 축제’로 이름을 바꿔 단 이번 행사는 강릉 사람들의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소울푸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멸치 육수에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칼칼하고 걸쭉하게 끓여낸 강릉의 명물 ‘장칼국수’를 필두로, 감칠맛 넘치는 짬뽕과 짜장면, 세계 각국의 독특한 전통 면 요리, 젊은 요리사들의 반짝이는 감각이 돋보이는 퓨전 국수까지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2026 제5회 강릉 국수 축제 월화거리 일원 개최 홍보 포스터.·사진제공=강릉시현장에서는 전문 셰프들이 화려한 손기술을 선보이는 국수 쿠킹쇼와 가을밤을 낭만으로 채우는 버스킹 공연이 연일 펼쳐진다. 직접 반죽을 밀고 썰어보는 제면 체험, 아이들을 위한 국수 컬러링, 집에서도 간편하게 맛을 재현할 수 있는 나만의 국수 밀키트 만들기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쉼 없이 이어진다. 매일 정오부터 밤 9시까지(마지막 날은 오후 6시 종료) 이어져 도심 야간 관광의 묘미를 제대로 선사한다.
500년 세월 빚은 바닷물의 마법, 제4회 ‘초당도시락(樂)’
오는 17일 토요일에는 전국적인 두부 명가들이 모여 있는 초당순두부길 86 일원(동화가든 앞, 강원대 강릉캠퍼스 홍보관)에서 제4회 초당미식로드축제 ‘초당도시락(樂)’이 하루 동안 성대하게 펼쳐진다.
조선 시대 허엽 선생이 강릉의 깨끗한 바닷물로 간수를 맞춰 만들기 시작했다는 초당두부는 500여 년의 세월을 이어온 강릉 미식의 뿌리다. 이번 축제는 관 주도의 일방적 행사가 아니라, 초당동주민자치위원회를 주축으로 골목 상인과 주민, 소상공인, 로컬 셰프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는 진정한 ‘주민 주도형 골목 축제’로 치러진다.
제4회 초당도시락 축제 홍보 포스터, 초당두부와 지역 음식들을 표현한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다.·사진제공=강릉시축제장에는 초당두부와 제철 로컬 푸드를 결합한 30여 개의 미식·체험·디저트 프리마켓 부스가 늘어선다. 셰프들이 두부를 활용한 현대적 요리를 선보이는 ‘초당푸드쇼’, 갓 굳혀낸 따끈한 두부를 맛보는 무료 시식 코너, 전통 맷돌을 직접 돌려 콩을 갈아보는 맷돌두부 체험존이 운영돼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식문화 체험장이 된다.
축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지는 1부 미식·체험 마당과, 해 질 무렵인 오후 6시 30분부터 솔숲을 배경으로 감미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2부 야간 콘서트로 나뉘어 초당의 낮과 밤을 풍성하게 밝힌다.
초당도시락 축제 현장 모습. 솔숲 사이에 부스와 방문객, 자원봉사자들이 보이는 야외 축제 현장 사진.·사진제공=강릉시커피 향에 취하고 가을 바다에 물들다, 제18회 ‘강릉커피축제’
강릉 10월 미식의 대미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커피 수도 강릉의 자존심, 제18회 ‘강릉커피축제’가 장식한다.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닷새간 안목해변 강릉커피거리와 강릉시 전역에서 대규모로 개최된다.
제18회 강릉커피축제 포스터. 강릉커피거리와 강릉시 일원이 축제 무대임을 알리는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다.·사진제공=강릉시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2026-2027 문화관광축제’이자 ‘로컬100’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 축제는 올해 ‘Coffeeful Gangneung(커피 가득한 강릉)’이라는 슬로건 아래 3개 분야 23개 세부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축제 무대 역시 안목해변을 넘어 강릉 전역의 로컬 카페와 문화 공간으로 넓혀 도시 전체를 은은한 커피 향으로 채운다.
축제의 상징 프로그램인 ‘100인 100미’는 100명의 전문 바리스타와 커피 애호가들이 자신만의 추출 방식으로 커피를 내려 방문객들과 나누는 장관을 연출한다. 강릉 곳곳의 특색 있는 로컬 카페들을 찾아다니는 ‘별의별 강릉커피’, 대한민국 최정상급 바리스타들과 마주 앉아 스페셜티 커피의 깊은 세계를 음미하는 ‘바리스타의 테이블’도 커피 마니아들을 설레게 한다.
여기에 낭만을 극대화한 야간 콘텐츠도 돋보인다. 안목해변 백사장에서 부서지는 하얀 파도 소리와 음악,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곁들이는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 부스에서 커피와 강릉에 얽힌 여행자들의 사연을 띄우는 ‘안목있는 커피라디오’는 가을 바다의 낭만을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강릉커피축제에서 열린 야외 공연 모습. 관객들이 모여 버스킹 공연을 즐기고 있다.·사진제공=강릉시강릉시는 한 달 내내 촘촘하게 이어지는 이번 미식 축제들을 통해 여행객들이 KTX 강릉역과 도심, 골목길, 동해안 해변을 유기적으로 넘나들며 머물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단순한 단풍놀이나 경치 구경을 넘어, 맛있는 기억을 남기는 체류형 관광을 확립해 지역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에 실질적인 경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